- 독일 학자이자 금융위기 전문가
- 전세계 다양한 극복방안 제시
- 국가가 소득보전해주는 게 핵심
- “한국 수출 다변화 등 이뤄내면
- 새로운 사회 적응 모범국 될 것”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은 코로나19 확산 한달이 넘어가던 지난 3월 말 부산지역 중소기업 86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전년도 1분기와 비교해 제조업은 최대 30%, 서비스업에서는 70% 이상 매출액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지역 주요 제조기업 250곳 중 68.8%가 2분기 경영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답했다. 자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했거나 추진 중인 기업은 24%에 불과했다. 사업체가매출액이 10%만 떨어져도 존립을 걱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코로나19는 이처럼 지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소비재의 국내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넘어 여행업에서부터 식당·극장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경제 활동이 거의 멈춰섰다.

이 책은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만큼 역시 전례 없는 경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해결책으로 코로나와 경제의 합성어 ‘코로노믹스(Coronomics)’ 도입을 제안한다. 경제를 ‘인위적 혼수상태’에 빠뜨리는 것으로 모든 경제활동을 멈추게 하는 대신 이른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코로나19 이전 소득을 지원해주자는 게 핵심. 실제 경제활동을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어 소비재 생산업체 등은 최소한의 생산만 한다. 공연장 가동은 최소화하고 축제는 취소하는 대신 직원 임금과 관련 업체 이익은 보장하는 식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거시경제학자이자 경제 및 금융 위기 전문가로, 독일 주요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뽑은 ‘독일 경제에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저자가 말하는 소득 지원 방식은 자영업자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가는 매출 손실에 따르는 전반적인 피해도 떠맡는다. 채무가 급증해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는 이를 대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업에는 철저한 비용 절감, 반(反)세계화 움직임에 대비할 것을 제안한다. 내수 진작을 위해 정해진 기간 안에 사용해서 단기간에 소비를 촉진하는 상품권을 전 국민에 지급한다. 재난지원금과 비슷하다.

책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염병 창궐로 인한 피해인 만큼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사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한다. 이민자로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통해 이민자 비율을 높인다든지, 은퇴 나이에 기대 수명을 반영해 정년을 늘리는 방식이다. 또 저소득 노동자를 위해 세금과 사회 보험 부담을 낮추고, 부유세를 부과하거나 이산화탄소 배출에 세금을 매기는 방법으로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자고 한다.

저자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구 국가에서 나타나는 반세계화 움직임을 생각해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법으로 경제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 아시아 지역 내 수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그는 “코로나19에 맞서는 방법을 세계에 알려 본보기가 된 것처럼, 한국은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펼쳐질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에서도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