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미국과 1960년대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가난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나라 중 하나다. 반대로 어떤 나라들은 여전히 가난하며 일부는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장악하는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스는 한국의 성장 과정을 직접 보고 ‘어떤 나라는 번영의 길을 찾는데 왜 어떤 나라는 여전히 가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책은 공저자인 에포사 오조모가 겪은 경험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다. 오조모는 가난한 아프리카 소녀의 이야기를 접하고 ‘가난은 이제 그만’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이후 가난의 대표 징표인 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금을 모아 우물 5개를 설치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우물은 고장 났고 수리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프로젝트를 포기해야만 했다. 아프리카에는 이렇게 버려진 우물만 5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책은 가난을 곧바로 개선하기 위한 지원이 가난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릴 수는 있으나 번영을 이루기 위한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결론 내린다. 대신 가난한 국가를 기회와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파괴적 혁신과 같은 시장 창조 혁신이 일어난다면 기업이 성장하면서 인프라·일자리를 확대하고 결국에는 문화 변화까지 앞당긴다는 것이다. 이때 ‘비소비’를 공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비소비란 ‘잠재적인 소비자가 삶의 특정 측면에서 어떤 발전을 필사적으로 원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간편하고 저렴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일례로 1990년대 말 모 이브라힘이 아프리카에 휴대전화 회사 ‘셀텍’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 ‘정신이 나갔다’고 말했다. 10억 명이 넘는 아프리카 인구가 미국 국토 면적의 3배나 되는 땅에 퍼져 사는 데다, 기지국은 물론 유선전화 기반 시설도 없었던 탓이다. 당시 휴대전화는 부자를 위한 비싼 장난감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셀텍은 정기 요금제 대신 충전식 요금제 등을 도입, 창업 6년 만에 아프리카 13개국에서 53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2005년에는 기업 가치가 34억 달러(4조1446억 원)에 이르렀다. 현재는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밖에도 책은 다수의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장 중심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가난을 철폐하려는 사람, 신흥 시장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모든 이에게 지침이 된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