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역사 속에 다양한 적개심
- 성격 발달 등 측면서 원인 탐구
- 타 집단에 대한 편견 줄이려면
- 입법 교육과 심리 치료 등 제안
- 초판 25주년 기념 한글 완역본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채 반려견과 산책하던 백인 여성은 흑인 남성이 목줄을 채울 것을 요구할 뿐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는데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 위협한다”며 911에 신고 전화를 했다. 몇시간 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백인 경찰의 무자비한 제압으로 흑인 남성이 목 졸려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은 흑인에 대한 미국 내 차별(혐오)이 얼마나 뿌리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2018년 10월에 열린 ‘제2회 부산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신문DB

‘혐오와 편견’은 우리 사회가 가장 멀리해야 할 말이지만 늘 쌍으로 붙어 다니며 세상을 병들게 만든다. 혐오 대상은 ‘내’가 속하지 않은 ‘그들’이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미국의 흑인, 일제강점기의 재일 조선인이 그들이었고,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 동포, 난민, 성소수자, 탈북인, 여성 등이다.

인류 역사상 편견 없는 사회, 편견 없는 시대는 없었다. 그렇다면 타자에 대한 적개심은 인간의 본성인가? 미국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동서 냉전 시대에 편견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 발달, 희생양 만들기의 역사, 사회 규범, 종교, 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해 후세 연구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신간 ‘편견’(교양인)은 현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편견’ 출간 25주년 기념판을 우리말로 완역한 책이다.

책은 총 8부 3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견 문제와 관련된 기본 개념(외집단과 내집단, 태도와 믿음, 범주화 등)을 정의하는 1부와 편견과 차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8부를 제외하면, 전체 본문은 편견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이다. 2부에서는 편견의 근거로 내세우는 집단 간 차이의 문제를 확인하고, 3부는 범주화, 고정관념 같은 편견의 인지적 요인에 주목한다. 4~7부에서는 편견의 사회 구조적 요인 분석과, 편견의 심리적 요인 등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던 시기(1954년 초판 출간)에 세계는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와 세계대전에서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냉전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미국에서는 흑백 인종 분리와 차별에 맞선 저항의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인간 편견의 본질이라는 근본 문제 한 가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적개심(편견)의 뿌리에 관한 지식이 적개심의 파괴성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편견은 습득된다. 사람들은 특정 집단을 향한 자신의 반감이 합리적이라 여기며, 비난의 책임을 그 대상에게 지우는 경향이 있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지닌 백인은 곧잘 흑인은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거나 지능이 낮고 본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거부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집단 간 접촉이 많을수록 타 집단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상황적 조건이 중요하다. 백인의 경우 동등하거나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흑인과 직업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편견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편견을 줄이고 집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 교육 대중매체 심리 치료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다. 특히 입법을 통한 교정 방안에 주목해 차별을 규제하는 입법으로 집단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