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뚱하거나 키가 크다는 이유로
- 소외되던 아이들 비밀클럽 결성
- 서로의 특별함 발견하는 성장기

평범한 열한 살 소년 프란츠는 안과에서 ‘약시’라는 진단을 받고 안대를 착용하게 된다. 문제는 안대의 색과 피부색이 똑같다는 점. 안대를 차자 마치 한쪽 눈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후 프란츠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다. 점심시간마다 하던 농구 시합에도 끼지 못하고 외톨이가 돼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 구석에 앉아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그러다 운동장 구석 곳곳에서 자신처럼 혼자인 친구들을 발견한다. 그 아이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 프란츠는 아이들이 있는 운동장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마침내 지도를 완성하자 운동장 외톨이 중 한 명인 자콥이 와서 말을 건다. “하나 빠졌어. 너도 그 아이들과 다르지 않아.” 자콥은 그 의미가 궁금하다면 내일 수업이 끝난 뒤 3층 화장실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프란츠는 다음 날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찾아간 3층 화장실에서 운동장 외톨이들과 만난다. 아이들은 그동안 느꼈던 울분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함께 비밀 클럽 ‘고집불통(고요하고 집요하며 불의를 못 참는 통 큰 아이들)’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은다. 그리고 클럽 내에서 불릴 새 별명을 스스로 짓는다. 애꾸눈인 프란츠는 코브라 눈, 뚱보 홀저는 천하장사, 키가 큰 에밀리는 전봇대, 책벌레 자콥은 두더지. 모두 다른 친구로부터 ‘이상하다’고 놀림을 받았던 특징이었다.

아이들은 별명을 새로 정하자 더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책만 읽는다고 생각했던 자콥은 현명하고 강단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 뚱뚱하다고 놀림 받던 홀저는 큰 체구와 강한 힘으로 연약한 저학년 회원을 돕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프란츠는 ‘고집불통’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이들 100명 중에 1명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13만 명을 대상으로 ‘2019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2%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잦은 학교폭력 피해는 언어폭력(39.0%)이었고 집단따돌림(19.5%)이 그 뒤를 이었다.

책은 학교에서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들이 모여 함께 지내면서, 남들이 말하는 이상함이 알고 보면 자신만의 특별함이라는 사실을 차차 깨달아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08년에 스페인에서 출간돼 에베레스트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문학상(Leer es Vivir)을 수상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