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희철의 엔딩크레딧 <1> 부산영화의 자리

‘부산영화’만의 정체성 재확립이 필요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7 18:51:2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상업적 성공 따라 좌지우지된
- 지금까지의 부산 독립영화들
- 기존 산업 시스템 좇기보다는
- 독창성이라는 목표 뚜렷이 해야

어둑한 극장을 밝혀주던 빛의 향연이 끝나고 나면, 이 한 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엔딩크레딧은 감독이 같이 영화를 만든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건네는 헌사이자 동시에 영화에서 채 밝히지 못한 이야기를 건네는 장이기도 하다. 영화를 만들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엔딩크레딧은 이 영화가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쳐왔는지 알게 해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부산 중구 모퉁이극장을 찾은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추진위가 전용관 설립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약 20년 전 나는 처음으로 참여했던 영화의 시사회가 끝날 무렵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표시된 내 이름을 발견했다. 연출팀, 좌익수13, 목소리 출연7 뒤에 붙은 내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느꼈던 감정은 촬영 현장에서 겪었던 피로를 충분히 날리게 해주었다.

영화 작업자들에겐 영화의 본편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 엔딩크레딧이 극장에서 받는 최근의 대접이란 관객들이 퇴장하는 시간동안 빈 공간을 메워주는 역할에 그치며 그마저 끝까지 상영되는 경우도 드물다. 마블의 히어로들이 나오는 영화에 쿠키영상이 배치됐다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엔딩크레딧은 인내를 강요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엔딩크레딧이란 영화작업자들끼리 누리는 자위의 시간일 뿐이고 관객들에게는 굳이 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부산영화의 모습이 엔딩크레딧과 닮아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볼 이유가 없거나, 그저 거추장스러운 것일 뿐이거나. 부산영화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으며, 공적 지원 또한 명목상 지원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그간 부산 독립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어 왔고 어려운 현실에서 극장 개봉까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이른 이유에는 초라한 성적의 관객 스코어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성공여부는 작품의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성취보다는 상업적 성공에 따라 좌우된다. 최근 부산영화판 역시 이런 상황을 짐짓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부산의 다른 문화예술 분야들은 어떠한가? 상업적 성과를 조망하는 것보다는 개인의 창작활동을 지역의 거점 공간과 연계해 나가는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생활공간에서 향유되는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와 그것이 지역의 발전과 어떠한 관계를 주고받는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가치판단과 영화 활동에 대한 가치판단이 이처럼 다른 까닭에 부산 문화예술이 논의되는 자리에 부산 영화인들의 자리는 항상 비어 보이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부산영상위원회를 비롯한 부산 영화인들은 부산 영화의 최대 약점을 자체적인 산업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의 시스템을 유치시키거나 지역 영화인들을 기존의 상업시스템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러나 수년간 이어온 이러한 노력은 안타깝게도 영화 활동을 판단할 때 상업적 성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그간 부산 영화인들이 다져온 영화제작 환경의 지역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게 되었고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제는 부산 영화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재조망하고, 기존의 산업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독창적이고 고유한 문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 부산영화가 타지역의 영화와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 부산영화와 부산영화 산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지향해야 할 성과와 목표를 뚜렷하게 만들어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영화인들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부산영화라는 담론자체를 낡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출발의 계기로 삼고, 부산영화를 만들어갈 영화인들의 이름을 새길 엔딩크레딧을 만들어야 한다.

영화감독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2만여 명 응시…부산교통공사 시험 연기 vs 강행 ‘팽팽’
  2. 2부산 신천지 교회·연수원 3곳 출입금지
  3. 3부산 호텔 1만800실 예약 취소…관광업계 ‘휘청’
  4. 4부산 ‘97세대’ 총선 돌풍 일으킬까
  5. 5감염경로 확인 안 되는 환자 속출…대구 신천지 예배간 경남도민 2명 자가격리
  6. 6버스 무정차운행·열감지기 확대…부울경 경계수위 높인다
  7. 7북항재개발 중-동구 관할 싸움에 BPA 곤혹
  8. 8국내 첫 사망 ·확진 100명 넘어…‘코로나19 악몽’
  9. 9“기생충, 오스카 감독상 받을 때 작품상도 직감”
  10. 10하늘에서 본 통영의 美…전국 드론 영상 공모전
  1. 1조경태 "중국인 입국 즉각 중단하라"
  2. 2대구 모든 유치원, 초·중·고교 개학 연기...전국 처음
  3. 3 문 대통령 “코로나19 대응 중국 측 노력에 힘 보탤 것”
  4. 4부산시, 코로나19 피해 관광업체에 특별융자·지방세 유예
  5. 5"단일화 없나?" 경남 진보 1번지 창원성산 대혼전
  6. 6서구 동대신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찾아가는『情 담은 식료품 배달』봉사
  7. 7김형오 “공천 심사과정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
  8. 8박형준 “현재로선 출마 생각없지만 총선서 역할 고민”
  9. 9동명대, 산-학 쌍방향 인재양성 교육 활발 주목
  10. 10대통령 긴급재정명령 발동 하나…자영업자 임대료 인하·추경 검토
  1. 1부산 국제관광도시 사업, 코로나에 삐끗…“하반기 본격화”
  2. 2주가지수- 2020년 2월 20일
  3. 330대 그룹 중 순익 높은 최고 알짜는 ‘KT&G’
  4. 4부산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
  5. 5현대·기아차, 도로상황 따라 기어 바꿔주는 시스템 개발
  6. 6금융·증시 동향
  7. 7북항재개발 중-동구 관할 싸움에 BPA 곤혹
  8. 8부산세관, 수출 지원 지역 순회 상담 진행
  9. 9부산항 환적화물 효율 처리…터미널 간 ‘순환레일’ 설치
  10. 10올해 러시아 수역 어획할당량 4만6700t…5년 내 최대
  1. 1전주서 ‘코로나 19’ 1명 의심증상 … 신천지 대구교회 방문
  2. 2포항에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 나왔다 … 신천지 교인
  3. 3 전주에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 나왔다 … 28세 남성
  4. 4경북서 ‘코로나19’ 5명 추가 확진…영천 1·상주 1·경산 3(종합)
  5. 5경북 코로나19 확진자 10명으로 늘어… 영천4·경산3·청도2·상주1(종합)
  6. 6종로구서 75세 남성 코로나19 확진…한빛어린이집 휴원(종합)
  7. 7좋은강안병원 응급실 폐쇄…코로나19 의심환자 3명 검사 중
  8. 8검찰 조사 中 10층서 투신한 20대 피의자…4층 정원에 떨어져 목숨 건져
  9. 9코로나19 확진 31명 추가 발생…국내 확진자 82명
  10. 10제주서 31번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1명 역학조사
  1. 1손흥민, 국내서 부러진 팔 수술받는다…서울 시내 병원에 입원
  2. 2수원 이임생 감독, 염기훈 경기력 호평해…"이니에스타보다 염기훈"
  3. 3테니스 권순우 ATP 3연속 8강
  4. 4MLB 최고 갑부 알렉스 로드리게스
  5. 5손흥민 빠진 토트넘, 안방서도 무기력한 패배
  6. 6정마리아·강영서, 전날 아쉬움 씻고 금빛질주
  7. 7조용히 귀국한 손흥민 21일 수술대…3년 전과 같은 부위
  8. 8
  9. 9
  10. 10
강필희의 '사람&세상'
‘여성 정치인의 무덤’ 부울경…21대 총선엔 오명 씻어낼까
기혜경의 도시와 미술
광장과 기념의 미술, 그리고 일상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우리 사랑은 매년 다시 피어나는 봄꽃 같았으면 좋겠다 外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이현우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종말은 끝 아닌 새 시대의 시작
서양철학자 테이블에 놓인 ‘맛’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타이거팩토리’ - 정윤희 作
‘호응도’ - 의재 허백련·백아 양지환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해원초등학교 /윤원영
어느날 /김상옥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감독
배우 이병헌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아카데미 레이스’ 종착점에 선 기생충
더빙판 내던진 봉 감독 한마디 “단 하나의 언어, 영화”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장르 영화 탈피 N포세대 냉엄한 현실에 집중
장르의 폼을 얻되, 역사 해석의 심도를 잃다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세월 녹아든 글에 ‘나도 써볼까’ 생각드는 책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고향을 떠나 고향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BIFF 리뷰 [전체보기]
폐막작 ‘윤희에게’
‘마르게와 엄마’
BIFF 현장 [전체보기]
위장이혼 하자마자 복권에 당첨된 남자
“장애인 돌봄 활동하며 느낀 점 영화에 담아”
BIFF와 함께하는 사람들 [전체보기]
어주영 씨네핀하우스 대표
서승우 영화의전당 공연팀장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2월 21일
묘수풀이 - 2020년 2월 20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2월 21일(음 1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0년 2월 20일(음 1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 10월 11일·12일
오늘의 BIFF - 10월 10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不知其統
終身之憂
  • 2020하프마라톤대회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