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은행을 믿습니까?’ 방송 캡처

DLF(파생결합펀드)는 소규모 투자자로부터 특수한 목적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다. 이 경우 투자자가 만기 때 해당 금리 이상을 유지하면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금리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해 결국 원금 0원에 이르게 된다.

DLF는 위험 등급이 가장 높기 때문에 투자성향이 ‘공격투자형(높은 수준의 투자수익을 추구하며 손실위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성향)’인 고객만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은행 측이 투자 성향이 ‘안정형’인 고객을 DLF 가입 서류에 ‘공격투자형’으로 기록한 사실을 발견했다.

피해자들은 “DLF 판매 은행 PB가 서류 일부를 가렸다” “서명을 위조했다”라며 투자 상품 내용이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피해자들은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이 전혀 없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라는 공통된 주장을 했다.

피해자 A 씨는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 부지점장에게 “6개월 되면 무조건 만기 되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 일 터지면서 DLF라는 걸 알게 됐다. DLF 얘기는 요만큼도 하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하나은행 강남 PB센터 지점장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5억 원 DLF 판매하기도 했다.

이는 모두 금융상품 기본 내용이나 투자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판매하는 ‘불완전판매’로, 금융판매자가 정보와 교섭력을 이용하여 금융소비자에게 손실을 초래하는 불공정거래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전체 지점들 순위를 매겨서 하위 10% 지점장을 해고한다. 그래서 위험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판다”라며 은행 본점 차원에서 DLF 판매를 독려했음을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 역시 “6개월 단위로 KPI(핵심성과지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원들은 본인의 인사고과가 결정되는 KPI에 목숨을 건다”라고 전했다.

우리은행 DLF 판매 PB는 “본점에서 자료를 받고 고객에게 설명한 것”이라고 전했고, 이에 자사 본점은 “금리의 급격한 하락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기는 어려웠다. 상품에 대해 판매를 독려한 사실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DLF 상품제안서를 만들어 은행과 거래한 자산운용가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관계자 A 씨는 “DLF 상품제안서에 빨간 고딕체로 ‘이 상품은 100%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라고 명시했다”라며 “은행과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위험한 상품임을 설명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 B 씨는 “은행 측이 만든 홍보 자료에는 상품 제안서에 있는 경고 문구가 빠져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방송에서는 하나은행 측이 불완전 판매에 대해 조사한 후 내부 자료를 삭제했으며, 금융감독원 조사에 대비해 101개의 문항을 만들어 PB들에게 교육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22일 오후 2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DLF 사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를 다시 연다. 지난 16일 첫 제재심에서 대심(금감원 조사부서와 은행 측이 각각 의견 제시)을 마무리하지 못한 우리은행이 대상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KEB하나은행장)은 지난 첫 제재심에서 소명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과 우리은행 측은 1차 제재심에 이어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경영진 제재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예정이다. 안수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