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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잃은 영화도시 부산…어디로 가고 있나? <상> BIFF 25년, 축제만 있고 산업은 없다

영화제 행사 치중, 차별화된 모델 부재 … 지역 영화·영상 산업화 부진

  • 국제신문
  • 민경진 기자
  •  |  입력 : 2020-01-19 18:37:4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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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홍보·관광·인프라에 도움
- 한국 영화 발전 견인 역할 불구
- 축제 가치 급락하며 위상 약화
- 지역 업체수·매출 전국 4% 그쳐
- 기획부터 배급까지 시스템 정착
-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 검토를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10월이면 25주년을 맞는다. 1996년 국내 최초 국제영화제로 시작한 BIFF는 현재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영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세계 영화인들이 BIFF의 초대로 부산을 찾았고, BIFF를 통해 끊임없이 한국영화를 해외에 소개하면서 한국 영화계가 세계 유수 영화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이를 토대로 부산은 1999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영화 촬영 전반을 지원하는 기관인 부산영상위원회를 만들어 로케이션 체계화 및 촬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 영화의 발전에 부산이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0년 이상의 노력에도 지역의 영화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부산은 영화축제만 있고, 영화산업은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아시아영화중심 도시, 부산’을 표방하는 부산시가 영화도시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부족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단적인 예가 출범 당시 문화시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거돈 부산시장이 2018년 9월 ‘1000억 원대의 영화·영상발전기금’ 조성안을 발표했다가 슬그머니 무효화해 버린 점이다. 이에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영화도시 부산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영화·영상발전을 위해 민선 7기 임기 중 1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부산시의 계획이 슬그머니 무산됐다. 사진은 2018년 6월 오거돈 시장이 기금 공약 등을 처음으로 밝히며 부산지역 영화인들과 간담회 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연간 행사로만 그쳐

BIFF는 그간 부산의 도시 홍보에 기여하고, 관광 부문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행사가 열리는 열흘간 2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부산을 찾는다. BIFF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 관련 인프라도 잇따라 구축됐다.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부산영상산업센터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부산아시아영화학교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됐다.

‘BIFF 효과’를 톡톡히 본 시도 적극적인 지원으로 힘을 보태왔다. 1996년 첫 행사에는 시비 3억 원을 지원했는데, 지난해에는 60억5000만 원까지 늘었다. 24회까지 시비 854억 원에 국비 282억 원을 합치면 총 지원 규모는 1136억 원(BIFF 자체 예산 제외)에 달한다.

하지만 2014년 ‘다이빙 벨’ 사태를 계기로 금액으로 환산한 BIFF의 축제 가치가 전성기인 2013년(101억 원)에 비해 2018년 절반 이하(46억 2000만 원)로 급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BIFF도 출구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시는 BIFF와 영화의전당의 통합을 대안으로 들고 나왔지만, 통합의 당위성을 명확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도시’란 타이틀에도 여전히 수도권과 차별화되는 부산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강하다. 부산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독립영화도 침체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장희철 영화감독은 “다른 문화·예술 분야는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향유하며 다시 지역에 환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영화 쪽은 자본주의적 성공을 지향하고 있다”며 “지역의 독자적인 영화 분위기나 흐름을 만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 영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인은 “그동안 시가 BIFF 등에 1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지원했으면서도 지역의 인재를 키우거나 자체 제작사 및 배급사를 만드는 데 소홀했던 것 같다. 예산지원과 함께 지역에서 자생할 수 있는 영화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선순환 구조 못 만들어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부산의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2017년 한국 영화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사업체 중 부산 소재 업체는 56곳으로 4%에 그친다. 서울 856곳(60.8%) 경기 218곳(15.5%) 인천 33곳(2.3%) 등 수도권에만 78.6%가 몰려 있다. 산업의 매출 규모 면에서도 서울이 58.1%로 절반을 넘는다. 경기가 18.2%이고, 부산은 4.1%에 그쳤다.

영화 산업의 수도권 집중화는 한국의 고질적인 구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규모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영화도시’ 부산에 ‘기획-촬영-후반작업-배급-상영- 수익’의 선순환 구조 자체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게 영화인들의 중론이다. 특히 영화의 ‘배급’이 원활하지 않아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국·시비 232억 원을 들여 만든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 역시 10년째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시는 2008년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색 보정, 컴퓨터그래픽 등 영상후반작업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첨단시설을 짓고 운영·관리를 위해 별도로 주식회사 에이지웍스(AZ Works)를 설립했지만, 경영 악화를 반복하며 3차례에 걸쳐 대주주가 교체됐다. 2014년 4번째 최대 주주로 경영을 맡은 ㈜포스크리에이티브 파티(포스) 역시 5년만인 지난해 4월 서울로 이전했다. 당시 포스 측은 인력을 수급하기 어렵다는 점과 임대료 부담을 이전 이유로 들었다. 시 관계자는 “이달 중 입주사를 다시 모집할 계획이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영화도시 부산의 미래를 위해 문화예술과 산업 간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의대 차민철(영화학과) 교수는 “영화는 창의·문화산업의 관점에서 가능성이 있는 분야고, 부산은 최근 BIFF 정상화·유네스코영화창의도시 활용 등에서 발전적인 측면이 많다”며 “다양한 주체의 니즈를 엮어 성과를 낼 수 있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도 고려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

◇ 영화산업 지역별 종사자 수

지역

종사자수(비중)

부산

1715(5.8%)

서울 

1만3431(45.5%)

경기

5727(19.4%)

단위:명


◇ 영화산업 지역별 매출 규모

지역

매출액(비중)

부산

2236(4.1%)

서울 

3조1924(58.1%)

경기도

9986(18.2%)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단위:억 원


<반론보도>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본지는 지난해 12월 16일 자 1면 ‘BIFF의 가치, 5년 새 반 토막’ 등의 보도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자료를 인용, 2013년 101억 원이던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치가 2018년 46억2000만 원으로 급락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용된 수치는 2014년 10월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수년 간 계속된 정치적 외압과 탄압을 겪기 전(2013년 7월)과 후(2018년 5월)의 불특정 응답자들의 설문 분석 결과일 뿐 영화제의 종합 가치가 아니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해당 분석결과가 여러 해 걸쳐 지속적으로 개최된 행사의 가치를 완전히 반영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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