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어류도감은 담정 김려(1766~1822)가 쓴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다. 선조시대 연흥 부흥군 김제남의 후손인 담정은 15세에 성균관 유생으로 들어갔는데, 과거에 합격해 생원까지 된 인재였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강이천의 비어사건(근거 없이 떠도는 말이 원인이 돼 일어난 일·1797년) 신유박해(천주교도 박해 사건·1801년)에 휘말려 10여 년간 유배 생활을 전전해야 했다. ‘우해이어보’ 역시 귀양살이 중에 집필한 것으로, ‘우해’는 옛 진해현이자 지금의 창원시 마산 합포구 일대를 일컫는다. 담정 개인으로서는 괴로운 시간이었겠지만, 후대에는 19세기 해양생물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을 남긴 셈이다.

감성돔(왼쪽), 문절어. 박수현 기자

‘19세기 초 담정은 무엇을 보았나’는 국제신문 박수현 사진기자가 ‘우해이어보’를 바탕으로 당대의 바다생물을 역추적한 결과물이다. 문헌연구와 현지인 인터뷰뿐 아니라 2200회에 이르는 수중 탐사 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한 설명과 사진을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우해이어보에는 진해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 81종, 갑각류 8종, 패류 15종이 기록돼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어류는 제외하고 이채로운 종인 ‘異魚(이어)’만을 선별한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어보인 ‘자산어보’와의 비교도 흥미롭다.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지에서 쓴 ‘자산어보’가 실학자로서의 관점이 두드러졌다면, 담정은 한학자 또는 시인의 시선으로 바다생물을 관찰했다. 어패류의 절반이 넘는 39종에 관해서는 ‘우산잡곡’이라는 칠언절구의 자작시를 남겼는데, 이를 통해 19세기 초반 남해안 어촌 마을의 풍속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특유의 은유적인 표현 탓에 사실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일부 어종은 현대의 학자들조차 어떤 고기인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도골’이라는 고기가 단적인 예다. 온몸이 뼈로 이루어져 있고 한 점의 살도 없으며 쓸모가 크지 않다고 묘사돼 있는데, 정확한 어종을 알 수 없다. 저자는 이를 두고 황어의 새끼인 밀황어로 유추한다. 담정의 묘사처럼 크기가 작은 데다, 살이 무르고 잔뼈가 많아 식용으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탐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의 묘미다.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