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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인 돼…부산 최고령 아파트 추억 모은 예술잔치 연다

준공 60년 앞둔 수정아파트서 기획자·작가·주민 직접 부대끼며 그 속 다양한 삶 이야기로 엮어

  • 국제신문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9-12-03 19:18:4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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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서 인형극·전시회·댄스파티
- 문화재단, 오늘부터 8일까지

부산 동구 수정아파트에 거주하는 아흔두 살 김광순 할머니는 요즘 신바람이 났다. 그가 결혼, 남편과의 사별, 자식 뒷바라지를 하면서 겪은 고초 등 수정아파트에서 살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면 인형극으로 만들어준다고 하기 때문이다. 꼭 자신이 일일 연속극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고, 마냥 신기하다.
지난 2일 부산 동구 수정아파트 16동 B208호 실에서 주민들이 인형극 ‘아랫목극장’에 쓰일 인형을 만들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주민 참여 문화예술 잔치 ‘수정아파트 프로젝트’를 4~8일 이 아파트 16동 B208호·B405호에서 연다. 아파트 주민 대부분은 홀몸 노인이거나 저소득층 가구인 탓에 문화생활을 누릴 여유가 없었다. 재단은 이 아파트 빈집을 빌려 주민들과 함께 잔치를 준비했다. 그동안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든 저소득층 지역을 찾아가는 공연 등을 했지만 단발성으로 그쳤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기획자들이 일정 기간 거주하면서 함께 축제를 준비하는 형태로 꾸렸다. 기획자들은 2개월의 기획·구상을 거쳐 보름가량 주민들과 부대꼈다.

수정아파트는 17개 동이 산복도로를 끼고 있다. 준공된 지 반세기가 넘은 부산 최고령 아파트 중 하나다. 현재는 공동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됐지만, 8년 전만 해도 재래식 공동 화장실을 썼을 정도로 요즘의 아파트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36㎡ 규모 1100여 세대가 가운데 복도를 사이에 마주 보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 구조도 특이하다.

부산 동구 수정아파트 전경.
아파트가 들어섰을 때만 해도 한 가구에 4, 5명은 살았으니 그동안 수만 명은 족히 거쳐 갔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가 노후화되면서 예전의 생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랬던 수정아파트에 문화예술 잔치가 벌어지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프로그램은 아파트와 아파트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맞춰졌다. 수정아파트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채록해 그림자 인형극으로 만든 ‘아랫목 극장’, 주민들이 직접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동네 사진을 찍고 전시하는 ‘수정, 골목을 품다’ 등 주민들이 아파트에 관한 기억을 이야기로 엮고 기록하거나, 공간을 사진으로 남긴다. 주민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젊은 엄마들이 모여 가족 사진집을 만들고 어르신들이 모여 ‘댄스 파티’를 여는가 하면, 주민들이 모여 앉아 비누 꽃 바구니와 천연 가습기를 만든다. 축제는 5일간 이어지며 행사에 참여한 작가와 주민들이 수정아파트를 주제로 추억을 나누는 토크 콘서트로 끝을 맺는다.

이번 잔치 기획자로 지식나눔공동체 이마고 황정미 대표, 문화예술연구소 다원 인 부산 김유한 대표, 갤러리 수정 윤창수 대표, 조정환 화가가 참여했다.

재단 관계자는 “산업 재구조화, 저출산으로 인해 생긴 도시 빈 곳에 주민 참여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프로젝트 결과를 보고 사업을 확대하거나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051)745-7285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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