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 벽면 검정으로 채우고
- 회화·조형물 등 20여 점만 설치
- 작품명도 통일 ‘여흑의 미’ 살려
- 내달 1일까지 롯데百 광복점서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듀오 ‘크랙 앤 칼(Craig & Karl)’의 작품은 직관적이면서도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부터 뉴욕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해오며 재치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다채로운 색상을 활용한 일러스트와 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작품은 ‘라인프렌즈’ ‘포켓몬스터’와 같은 캐릭터 상품이나 각종 패션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콜레트·LVMH·애플·구글·워싱턴포스트·더뉴요커·나이키·뉴욕타임스 등 수많은 패션·IT·출판·스포츠 브랜드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 시립미술관, 아테네 오나시스 컬처센터, 상하이 류하이쑤 미술관, 뉴욕 영화박물관 등에서 전시를 하기도 해 상업성은 물론 예술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이들의 작품을 브랜드와의 협업이 아닌 작품으로만 온전히 감상할 기회는 없었다.

	롯데갤러리 광복점에서 열리고 있는 크랙 앤 칼의 ‘올인(ALL IN)’ 전시장 모습. 롯데갤러리 광복점 제공

크랙 앤 칼의 국내 첫 전시 ‘올인(ALL IN)’이 롯데백화점 창립 40주년 및 광복점 개점 10주년 기념으로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 10층 롯데갤러리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화려한 색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진분홍 노랑 파랑 등 대담한 색상을 입힌 도트무늬가 사각형 삼각형 원 등에 가득 차 있었다. 도트무늬 패턴은 크랙 앤 칼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다.

	크랙 앤 칼의 ‘포메이션 스터디’.

전시장 벽면은 검정으로 채워져 뚜렷하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보통 40~50점 정도 채워졌던 전시장이었지만, 이번 전시에는 회화·조형물 20여 점만 공간을 채워 여백(餘白)이 아닌 여흑(餘黑)의 미를 살렸다. 전시 작품 이름은 ‘포메이션 스터디(형성연구·Formaition Study)’로 통일하고 편의상 번호만 붙여놨다. 작품들은 기본적인 모양인 정육면체나 원통으로 이뤄졌지만, 패턴과 색을 입히고 다양하게 배열되면서 개성이 넘쳤다. 크랙 앤 칼의 크랙 레드먼은 이번 전시에 앞서 “우리는 가능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모든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다. 패턴을 더 추가함으로써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지만, 우리 작품의 본질적인 형태는 매우 간단하다”고 소개했다.

크랙 앤 칼은 직관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팝 아티스트 듀오의 이름도 크랙 레드먼(Craig Redman)과 칼 마이어(Karl Maier)의 이름을 따서 지을 정도다. 이번 전시회 이름을 ‘올인’으로 정한 이유도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의미. 근본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사물과 풍경을 단순하고 대담하게 만든다. 굵고 둥근 선으로 만든 형태에 다채로운 색을 조합해 채우고, 친숙한 얼굴이나 익숙한 모양에 특유의 냉소적인 위트를 결합하거나 다른 상징적인 이미지로 바꾸기도 한다. 박은경 큐레이터는 “공간을 남겨두고 배경을 검정으로 칠해 작품을 더 돋보이게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들의 감각적이고 독특한 시각언어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까지.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