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삼 영산대 교수의 신간 ‘맹자, 마음의 정치학’ 1권을 펴서 ‘읽기 전에’란 제목이 달린 글을 읽으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배 교수는 오늘날 유교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교라는 이름의 거죽 속에 다양한 켜, 이를테면 공자와 맹자의 ‘원시 유교’와 한당대(漢唐代)의 ‘제국 유교’, 송대(宋代) 성리학의 ‘개신 유교’ 등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런 시각 확대를 전제로, 삼강오륜 사이에 칼을 집어넣어 삼강은 한제국의 이데올로기이며 오륜은 공자와 맹자의 본래 뜻임을 드러낼 것이다.”(1권 14쪽)

배 교수의 시각에 따르면 삼강오륜의 속살은 결이 비틀어져 삼강은 오륜이 아니며, 오륜은 삼강과 다르다.

삼강은 군신 관계를 앞세우고, 군주 중심의 상하 지배 체제를 가족 단위에까지 투사하려는 권력의 기획에서 비롯한 것이다. 반면 오륜은 가족을 보존하기 위한 사회 윤리가 우선이며 상호성, 호혜성, 균형을 위주로 한 쌍방 관계로 구성된다.

권력의 상하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삼강에서 통치자 중심의 위민(爲民) 정치론을 추출할 수 있다면, 상호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륜에서는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우리’를 구성하는 여민(與民) 정치론을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유교를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본질로 삼고 ‘논어’와 ‘맹자’를 경전으로 삼는 것이라고 본다면, 오륜이 옳고 삼강은 그르다는 것이 배 교수의 설명이다.

“이 책을 저술하는 나의 뜻은 삼강의 이데올로기를 혁파하고, 오륜의 유교를 오늘 이 땅에서 해석하고 부각하려는 것이다.”(1권 35쪽)

배 교수는 유교권 국가 중 유독 한국 만이 ‘맹자의 나라’로 저항 정신과 혁명성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정도전이 ‘맹자’에서 건국 이념을 빌려와 조선을 건국했고 이후 의병, 동학,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4·19 혁명, 부마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에 맹자의 저항 정신이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유교 사상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번역하고 해설하는 일에 주력했던 배 교수는 ‘맹자’를 현재적 의미로 재해석하면서 유교에 드리운 ‘보수적’이란 이미지를 걷어내려 한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