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머나먼 곳에 사는 늑대는 아는 게 너무 많아서 모두가 그를 ‘작고 똑똑한 늑대’라고 불렀다. 곰, 염소, 오소리 등 이웃들은 어려운 질문이 생겼을 때 늑대를 찾아온다. 그러나 늑대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해지기 위해 두꺼운 책을 읽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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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왕의 신하인 까마귀가 위독한 왕이 자신을 낫게 해달라고 쓴 편지를 갖고 온다. 바빠서 부탁을 거절하려던 늑대는 까마귀의 설득에 길을 떠나기로 한다. 성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했다. 산을 오르고 걷고 또 걷다 비까지 맞으며 지친 늑대는 생각한다. ‘나는 모두가 말하는 것처럼 지혜롭지 않아.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왕을 낫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둡고 컴컴한 숲속에서 잠이 들었던 늑대가 눈을 뜨자 이웃 친구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 늑대가 머쓱하게 물었다. “너희들이 나를 좀 도와주겠니?” 친구들이 외쳤다. “당연하지!”

늑대는 숲의 끝까지 함께 와준 친구들과 헤어진 뒤 어마어마하게 큰 도시에서 길을 잃고 만다. 그때 친절한 고양이가 나타나 늑대를 성까지 안내한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풀이 죽은 늑대의 등을 고양이가 떠민다. 왕을 만난 늑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약초로 왕의 병을 낫게 한다. 왕은 늑대에게 주치의가 돼 달라고 한다. 성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방에서 별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니 온종일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그러나 늑대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저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는 산 너머로 돌아가야만 해요. 아직도 그들에게 배울 것이 많답니다.”

네덜란드 그림책 ‘작고 똑똑한 늑대의 좀 어리석은 여행기’는 자기만 알던 늑대가 여행을 통해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지혜를 얻게 되는 이야기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이 만능이라 믿는 어리석은 착각에 깨달음을 준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