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기업 구글·페북·애플·아마존
- 뉴스·쇼핑 등 개인의 선택 자동화
- 스스로 사고할 시간·능력을 파괴
- 생각 지키려면 개인정보 보호를

신간 ‘생각을 빼앗긴 세계’는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에 들어가 ‘좋아요’를 누르고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클릭한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구글에서 검색한다. 이런 행위를 애플의 기기로 한다면 금상첨화(?)다. 어느 날 유튜브에 들어갔는데 선호하는 영상들이 ‘맞춤 동영상’이란 이름으로 쭉 펼쳐져 있다. 순간 ‘어,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네 기업을 콕 집어서 테크 대기업으로 분류한다. 이들이 개인의 사유, 자율적인 사고,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 사라진 세계로 이끈다고 냉철하게 비판한다.

“네 기업은 지금 개별성을 보호하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중이다. 그들은 각 개인이 하루하루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을 자동화하려 한다. 어떤 뉴스를 읽을지, 어떤 물건을 살지, 어떤 길로 이동할지, 어떤 친구를 사귈지 등을 테크 기업이 만든 알고리듬이 제안한다.”(12~14쪽)

여기서 핵심적인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알고리듬’(algorithm)이다. 저자는 알고리듬의 정의와 유래를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로 알려진 페르시아의 천재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의 이름까지 연결한다. 그러면서 섬뜩한 현실을 말한다.

“알고리듬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무너뜨리고, 선택의 부담을 없애주고,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밀고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알고리듬은 그렇게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생각을 부채질하고 있다.”(105쪽)

결국 알고리듬이 유도하는 대로 따라가면 인간은 스스로 사고할 시간과 능력을 잃고 ‘사색 가능성’이 파괴된다. 저자는 논리 전개를 위해 인간의 두뇌를 재현하고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기계를 만들려 하는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의 창립자 성향부터 자세하게 파고든다. 여기에 철학자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까지 등장시킨다.

그렇다면 생각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무엇보다 각 개인이 프라이버시 침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득 이런 책을 쓴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저자 포어는 마이크로소프트 교양잡지 ‘슬레이트’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잡지 ‘뉴리퍼블릭’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 잡지는 페이스북 공동창업자가 인수했고, 저자는 편집장을 지내며 네 기업의 내밀한 모습을 들여다봤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