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수단으로 사진 적극 활용

- 10월 31일까지 우양미술관서
- 사진 130여 점·영상 8점 전시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한평생 상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를 시각예술로 승화시켰다. 작품 ‘연인들’에서 두 연인은 얼굴을 헝겊으로 감싼 채 서로 부둥켜안고 있고, ‘세이렌의 노래’ 역시 바다를 바라보는 남성의 뒷모습과 촛대, 나뭇잎, 물이 담긴 유리잔을 한 화면에 배치해 시각적인 충격을 준다.

	지난 18일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열린 르네 마그리트 특별기획전 개막식 후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마그리트는 실제 본인의 그림과 똑같이 연출된 사진을 여럿 남겼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창작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모델의 얼굴을 사과나 체스판, 그림으로 가리거나 카메라를 등진 사진들은 외적인 이미지의 상징을 거부했던 그의 관심사를 드러낸다. 1928년 찍은 ‘사랑, 불가능한 것에 대한 시도의 습작’을 비롯해 ‘통찰력을 그리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1936), ‘거인’ (1937) 등은 그림이 완성되기 전 작업 풍경을 사진으로 남긴 대표작들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사진과 예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8일 개막한 우양미술관(경주시 신평동) 특별기획전 ‘더 리빌링 이미지: 르네 마그리트 사진과 영상’은 마그리트의 사진 원본 130여 점과 레플리카(복제본) 15점, 영상 8점으로 구성됐다. 최근 마그리트의 그림 ‘세이렌의 노래’가 홍콩 경매에 나와 약 72억4000만 원에 낙찰되는 등 화가이자 사진가로도 높은 명성이 조명된 건 최근의 일이다. 이 전시는 벨기에 샤를루아 사진미술관 등 5곳이 소장한 마그리트의 사진 가운데 그의 예술관에 영향을 준 작품을 선택했다.

	마그리트가 아내와 뒤에 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그림자와 그 그림자’. 우양미술관 제공

2층 전시관은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마그리트가 작업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마그리트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회화가 영화나 사진에서 영향을 받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사과, 돌, 새, 담배 파이프 등 친숙한 대상을 엉뚱하게 결합시켜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즐겨 썼는데 사진에서도 드러난다. 마그리트의 뮤즈였던 아내 로제트와 그 뒤에 선 자신의 모습을 함께 촬영한 ‘그림자와 그 그림자’, 흰 천으로 두 사람의 온몸을 돌돌 감은 채 찍은 ‘꽃다발’ 등에선 부부애가 느껴진다.

1층 미디어 존에서는 마그리트가 촬영한 홈 무비 형식의 영화를 비롯해 신선우 작가가 마그리트의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상작품 ‘Particulates’를 볼 수 있다. 전시뿐 아니라 마그리트가 즐겼던 ‘데페이즈망’ 기법을 활용해 초현실주의를 느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박지향 우양미술관 학예실장은 “기록성을 띤 이번 전시작들은 수많은 작가와 교류했으며, 프랑스와 구분되는 벨기에 초현실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마그리트의 삶과 예술을 보여준다”며 “‘화가가 아닌 철학자’를 추구한 마그리트의 회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 마그리트의 다채로운 예술 여정이 담긴 전시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월요일 휴무. 관람료 성인 1만 원, 청소년 8000원. (054)745-7075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