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2. 이웃에 공장이 많으면 생활하기 어떨까.

① 매우 편리하다 ② 조용하고 공기가 좋다 ③ 시끄러워 살기가 나쁘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은이는 자신 있게 1번을 답으로 골랐지만 선생님은 3번이 답이란다. 이상하다. 1번 같다는 은이에게 선생님이 말한다. “아니야. 공장이 많으면 시끄러워서 살기가 나쁘잖아. 이 동네처럼. 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선생님이 말하는 ‘이 동네’는 서울 독산동이다. 공장과 주택이 뒤섞여 있는 준공업지역. 은이는 처음 알았다. 자신이 ‘나쁜 동네’에 살고 있다는 걸. 그러나 여전히 선생님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웃에 공장이 있으면 참 좋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80년대 독산동이 배경이다. 화려하고 부유하진 않지만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은 은이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다. 동네 풍경 위로 은이의 독백이 흐른다. “승환이 엄마 아빠는 공장에서 일하다 밥을 주고 숙제를 봐준다. 명주 엄마는 이웃 공장에서 일하니까 일하다 말고 명주 무릎을 닦아준다. 공장이 이웃에 있으니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인형 공장이 있어 할머니들은 부업을 하고 잘못 만든 인형은 우리 차지다. (중략)혼자 잠들어도 무섭지 않다. 문을 열면 공장이고 엄마 아빠는 거기 있으니까.”

은이는 그날 저녁을 먹고 시험지를 꺼내 묻는다. “아빠, 교과서도 틀릴 수 있어? 엄마, 선생님도 모를 수 있어?” 부모님은 은이의 생각을 묻는다. “선생님은 딴 동네에 사니까, 우리 동네를 잘 모르는 거 같아.” 엄마는 은이의 눈높이에 맞춰 지혜롭게 얘기해 준다. “우리 동네는 우리 은이가 잘 알지.”

이 책은 유은실(45)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았다. 처음 본 ‘사회과 고사’ 시험지를 간직하도록 도와준 부모님 덕에 이 책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독산동’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면 ‘기생충’이란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