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동남아 11개국으로 여행 간 한국 관광객은 830만 명에 이른다. 2017년보다 100만 명 증가했으며 전체 해외 여행객(2870만 명)의 30%를 차지하는 수치다. 동남아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매우 많고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광 외의 분야에 관심을 두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얀마 사가잉 구에 위치한 왕실 불교 수도원 ‘메누 옥 짜웅’. 벽돌로 지어져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이지은 부산외국어대 동남아지역원 HK연구보조원 제공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동남아 사회·정치·경제·문화에 대한 정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지인과 일상을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언어 장벽 등의 이유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이런 현실에 맞춰 부산외대 동남아지역원 교수들을 포함한 14명의 전문가가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전하는 ‘동남아 문화 돋보기’를 발간했다. 책은 2부 14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동남아 국가의 역사 종교 예술 등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분석하고, 2부에서는 다양성이 특징인 동남아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지식을 전달한다.

여러 가지 현상을 조명하고 배경이 되는 요소를 설명하는 방식이어서 편하게 읽힌다. 예를 들어 8장 ‘필리핀의 가족과 여성’은 필리핀의 공권력 부패 문제, 다산 문화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저자에 의하면 필리핀은 서구 식민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음에도 개인주의보다 가족주의적 사상이 강하다.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데, 가족 간 유대감이 사회적 자본으로 기능할 수도 있지만 파벌·족벌로 변질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만, 가톨릭의 영향으로 피임 낙태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이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의 힌두불교 문화, 화폐 속 인물로 살펴보는 태국 역사, 말레이시아의 다문화와 다면성 등 흥미로운 주제의 이야기들이 옴니버스처럼 펼쳐진다. 한·아세안 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이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부산에서 열리는 올해 동남아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