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3년 출간된 미군 필독서
- 6·25 발발 직전부터 휴전까지
- 증언·기록 등 방대한 자료 바탕
-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세히 써
- 전쟁 오판한 美 날카롭게 비판도

“우리가 지금 조국을 위해 집에서 1만6000㎞ 떨어진 곳에 와서 싸우고 있다는 겁니까?”

한국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1950년 여름, 한 미군 병사가 전투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동료 병사를 위로하고 있다. 플래닛미디어 제공

69년 전 발발한 6·25 한국전쟁은 미국에 ‘잊힌 전쟁’으로 여겨진다. 3년 동안 무려 178만 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한국 땅을 밟았으며 4만여 명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나라에서 죽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런데도 한국전은 제2차 대전과 베트남전 사이에 끼여 주목받지 못했다.

문득 궁금해진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동안 한국인 시각으로 한국전을 보는 데 익숙했다. 178만 명이 참전한 미군의 생각을 들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완벽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역사 저술가 페렌바크가 쓴 ‘이런 전쟁’이다.

이 책을 보면 몇 번 놀란다. 먼저 엄청난 분량과 상세한 자료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전이 발발하기 직전부터 휴전이 될 때까지 3년을 800쪽의 책에 담았다. 참전 군인의 증언과 공식 기록, 작전 계획, 전문, 일기, 역사 기록물, 회고록, 신문 등을 모아 썼는데 밀도가 상상 이상이다. 실제 저자도 미 2사단 72전차대대 지휘관으로 참전했지만 책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책은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때때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미군과 북한군 지휘관 입장에서 풀어나간다. 흥미로운 점은 중·소 규모 전투와 관련한 전술적 배치, 실제 전투 상황 묘사가 너무 상세해 작가가 창작한 전쟁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특히 놀라운 점은 한국전이 끝난 지 10년 후인 1963년 책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자료를 구할 수 없는 시대에 방대한 양의 전쟁사를 썼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 책은 한국전을 다룬 수작으로 인정받아 미 육군사관학교와 미 육군 지휘참모대학의 필독서로 지정됐다.

책을 읽으면 불편한 장면이 꽤 나온다. 미군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쟁이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전 발발 당시 대한민국 육군 총참모장이었던 채병덕 소장에 대해 “군을 지휘하는 것보다 위스키와 소다수를 타는 것에 더 능숙한 사람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다”고 소개한다. 또 있다. “부산 시내는 생선 썩는 냄새, 쓰레기 냄새, 씻지 않은 사람의 냄새가 뒤엉켜 있다. 시내 외곽은 더했다. 한국은 인분을 비료로 사용했다. 한국의 논밭 때문에 전 국토는 화장실 또는 일요일 아침의 남학생 클럽 하우스 같은 냄새를 풍겼다”고 당시 한국을 묘사한다.

저자는 한국보다 미국을 더 날카롭게 비판한다. 우선 미국은 1945년 2차 대전 종전 후 전쟁에 대비하지 않았다. 당연히 미군은 전투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7월 5일 북한군과 처음으로 전투를 치른 스미스 특수임무 부대원 400여 명은 대부분 스무살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미군 전투복만 보면 도망칠 것으로 깔보았던 북한군이 소련제 T-34 전차를 앞세워 공격하자 총도 제대로 쏘지 못한 채 도망치거나 죽었다. 특히 미군은 개전 초기 고급 장교 사상자가 많았는데 24보병사단 사단장이던 딘 소장이 북한군에 생포되는 충격을 받는다. 여기다 미국은 중공군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으며 3차 대전으로 확대될까 두려워 소련과의 전면전을 피한 채 공산 진영 확장을 막는 데만 주력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 가지는 확실히 보여준다. 한국과 미국을 왜 ‘혈맹 관계’라고 부르는지.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