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로
- 난민을 처음 대면한 경험을
- ‘큰 행운’이라고 말하는 정우성
- 난민을 돕자고 역설하기보다
- 그들의 현실을 찬찬히 풀어낸다

“누구라도 난민촌에서 난민들을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과 유엔난민기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내게 정말 큰 행운이 주어졌다는 점, 그리고 이 기회를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한다.”(44쪽)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이 난민촌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UNHCR/SEIHON CHO

2014년 11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명예사절로 네팔을 방문했다 난민들의 참상을 목격한 배우 정우성은 최근 펴낸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에서 당시의 감상을 이렇게 적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그는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 매년 한 차례 이상 해외 난민촌을 찾으며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를 통해 난민 실태를 알리고 인권 보호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세계 난민은 약 6800만 명. 미얀마, 베네수엘라, 예멘, 남수단의 내전과 위기가 이어지면서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난민 예외지역이 아니다. 2017년까지 국내에 들어온 해외 난민은 3만여 명으로 이 중 2000여 명이 난민으로 인정받거나 체류를 허가받았다. 지난해에는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에 상륙했다.

책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정우성이 전쟁과 기아의 공포에서 탈출한 난민들을 만난 이야기, 현실적인 고민과 바람을 담담하게 담았다. 서울 사당동 달동네에 살던 중학생 정우성이 ‘경관 정화사업’을 이유로 무력하게 다른 동네로 떠나야 했던 경험부터 고통스럽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난민들의 삶을 접한 경험까지. 난민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온정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국제 사회 차원에서 난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난민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찬찬히 짚어가며 관심을 촉구한다.

자신의 행보를 향한 비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지난해 6월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사진과 함께 난민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호소하는 글을 올린 게 공격의 빌미가 됐다.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 문제가 사회적 논쟁으로 급부상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는 “수많은 댓글을 읽어보니 난민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난민 그 자체를 향해 있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난민을 받자, 받지 말자 하는 게 핵심이 아니라고 본다. 국가를 향해 ‘난민만 챙기지 말고 우리도 좀 챙기세요’라고 외치는 목소리로 내게는 와 닿았다”고 말했다. 난민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잠깐 틈을 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