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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60> 소설가 하아무의 소설집 ‘마우스 브리더’

그가 만난 소외된 현대인… 거친 돌길 걸어가는 ‘우리’일지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09 18:52:5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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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시절부터 문학 관심
- 건축학과 졸업 후 기자로 일하며
- 없고, 부족한 여러 사람 만나
- 소설로 담아내고자 작가 활동

- 너덜너덜 ‘마음병’ 앓는 우리
- 정신적 허기 채울 방법 찾아
- 하염없이 걷는 것, 그게 삶이다

풍요와 허기는 함께 있다. 지금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해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정신적 허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그 허기를 채울 방법을 찾아 하염없이 걸어가는 길, 그것이 삶일지도 모른다.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서 나만 밀려난 것 같은 억울함을 느낄 때도 많다.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이야기라도 하면 속이 좀 풀릴까. 그런 이야기들을 담은 소설집 ‘마우스 브리더’의 하아무 소설가를 경남 하동 평사리 박경리문학관에서 만났다. 그는 박경리문학관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경리문학관 앞 숲에서 포즈를 취한 소설가 하아무. 현재 문학관 사무국장으로 일한다.
■다양한 경험을 한 ‘아무’ 씨

소설가 하아무는 1966년 하동에서 태어났다. 2003년 ‘작가와 사회’로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에도 관심을 보여 2007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자랑스러운 조상 없나요?’가 당선됐다. 2008년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다. 소설집으로 ‘마우스 브리더’, 소설로 쓴 경남 인물 문학사 ‘황새’를 펴냈다. 올해 제5회 ‘경남작가상’을 수상했다.

하아무 소설가를 만나서 가장 먼저 ‘아무’가 본명인지 필명인지 물어보았다. “경상대 건축학과를 다니던 시절에 ‘울력’이라는 이름의 문학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었죠. 학교 졸업하고 등단하기 전에 소설을 한 편 써서 동아리 후배들에게 보여줬어요. 한 후배가 ‘형, 이런 기법의 소설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하더군요. 나로서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법으로 썼다 싶었는데 벌써 누가 썼구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필명을 ‘아무’라고 했지요.”
성과 잘 어울리는 필명이다. 그 사연이 어찌 되었거나, ‘아무’라는 필명에는 우리가 ‘아무나’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의 삶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소설로 담아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야기를 좋아해서 문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진주고를 다녔는데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시간이 좋았습니다. 개가식 서가 옆에 있는 책상에서, 공부를 하기보다 가까이 있는 서가의 책을 뽑아 읽었지요. 오래된 책들이 많았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종이가 누렇게 변해서 곧 바스러질 듯했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경이로웠습니다.” 학교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도서관, 오래된 책…. 하아무의 문학소년 시절이 그렇게 여물었나 보다.

하아무는 대학을 졸업하고 진주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자 시절, 진주 출생의 강덕경 위안부 할머니를 취재했지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밝혀낸 위안부 할머니 사연이었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떨면서 말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지역 시민운동과 활동, 지역 언론이 해야 할 역할 등을 많이 배웠지요.”

IMF 외환위기가 시작될 때 그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진주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했다. “건축학과 학생이면서 대학 때는 문학동아리 활동하고, 신문사 기자 하다가, 논술학원을 열었더니 교수님이 그러시더군요. ‘우리 학과가 생긴 이후 가장 독특한 학생’이라고요.”

논술학원을 하면서 하아무는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 문학을 다시 시작했다. 부산에서 들을 만한 문학 프로그램을 찾았는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서울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문화비평’ 강의를 6개월 동안 들었다. 매주 한 번 점심 무렵 출발해 오후 7시~밤 10시 강의를 듣고 심야버스를 타고 진주로 와 출근하는 식이었다.

■그가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가 소설

   
마우스 브리더- 하아무·2010·나남
하아무는 대학 시절 시를 주로 썼는데, 2003년 부산작가회의에서 펴내는 ‘작가와 사회’에 소설이 실리면서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게 소설의 매력이었어요. 제가 겪었던 경험, 기자 시절에 만났던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집어넣을 수 있는 장르가 소설이었어요. 밀려난 사람들 이야기 말입니다. 잃고, 없고, 부족하고, 소외된 사람들. 제가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썼습니다.”

등단 전후의 작품 중 10편을 뽑아 묶은 소설집이 ‘마우스 브리더’이다. 이 책 말미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서 하아무는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강박증, 우울증, 해리성정체장애 등과 같은 병은 마음의 문제에서 시작하였다. 수술 후 의사가 ‘수술은 아주 잘되었는데 환자는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경제는 크게 발전했는데 살아가는 건 갈수록 팍팍합니다’는 처지에 우리는 지금 놓여 있다. 피폭 환자처럼 현대인은 거의 예외 없이 돌이키기 어려운 정도의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진 ‘마음병’을 앓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게 ‘마우스 브리더’ ‘두 겹의 방’ ‘닫힌 밤’과 같은 소설이었다.”

   
소외된 사람이라고 말할 때, 나는 소외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어느 부분에선가 완전히, 혹은 얼마쯤은 소외되어 있다. 사람마다 그 정도의 차이는 달라서 절박하기도 하고, 견딜만하기도 할 것이다. 밖으로 드러나 있는 상처도 있고, 아무도 모르게 감당하는 상처도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집 ‘마우스 브리더’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대면하는 건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화려한 꽃길이 아니라 거친 돌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삶의 이야기란 그런 것이다. 소설가 하아무가 만난 사람들이고, 우리가 만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도 있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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