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거, 그게 사랑이야.”(69쪽)

힘겨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숨 돌리기 위해 찾은 터키 이스탄불.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난 도연과 유철은 단박에 서로에게 끌린다. 뜨거운 일주일을 보낸 두 사람이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고 있었기에 연락처 하나 묻지 않고 헤어진다. 몇 년 뒤 한 지역 행사에서 작가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만난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둘의 행복한 모습에 비참함을 느낀 유철의 전처 정희가 SNS를 이용해 불륜으로 몰아가고, 세 사람의 관계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소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가 김려령의 신작 ‘일주일’은 ‘창작과 비평’에 1년간 연재한 글을 엮은 장편이다. 결혼 생활에 실패한 두 남녀가 여행지에서 만났다가 헤어진 뒤 재회해 위기를 겪는 내용을 담았다. 대중적 서사지만 도연과 유철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난관을 이겨내는 태도 등을 세밀하게 그려 사랑과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는 언제나 상대 옆에 머물며 일심동체로 움직이려는 정희와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고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도연의 태도를 통해 ‘성숙한 사랑과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답은 단호하다. “상대를 옭아맨 사랑은 가짜”라고 단언하고 “신랑은 신부를 아끼고 사랑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어쨌거나 그런 맹세를 했으므로 그렇게 살아야 하는 체념의 삶”을 “스스로 종된 자”(298쪽)라 일컫는다.

책은 뜻밖의 묘미를 갖고 있다. 어떠한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질 때 대중의 판단과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진위 여부가 갈라지는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는 부분이 그렇다. 소셜 미디어 사회의 현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롭다. 인물들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독백을 지문 사이 사이에 배치한 독특한 구성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