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작가 발굴 목표로 출범했지만
- 두 차례 흐지부지되며 시행착오
- 희곡 읽고 쓰기 방식에 중점
- 참가자·자문단 함께 배우고 성장

“등장인물의 특징이 확실히 드러나는 이름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건이 급작스럽게 커지는 느낌도 있어서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부산창작극연구회가 지난 16일 부산 수영구 액터스소극장에서 정기 모임 열고 희곡에 대해 토론 하고 있다.

지난 16일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액터스소극장을 찾은 극작가 6명은 올해 부산문화재단 지원 사업에 선정된 김민규 작가의 희곡 ‘벌레 죽이기’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리 대본을 읽고 온 이들은 수정하거나 보완하면 좋을 점들을 차례로 이야기했다.

서로 친분 있는 사이인 만큼 ‘살살 하겠지’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돌직구 같은 비평이 오갔고 자문을 맡은 이성규 부두연극단 연출가의 따끔한 지적도 이어졌다. 기분이 언짢아질 법도 하지만 김 작가는 조언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희곡에 대한 배움을 이어갔다.

	자문을 맡은 이성규(왼쪽) 부두연극단 연출가와 김문홍 부산극작가협회장.

이들은 김문홍 부산극작가협회 회장과 이성규 연출가가 이끄는 ‘부산창작극연구회’ 소속 회원이다. 지난 3월 열린 부산연극제에서 활약한 김지숙 남혜진 류수현 등을 포함해 신진·예비 작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히 희곡 작가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극작가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올해 1월 출발했다. 김민규 작가는 “창작극연구회에서 희곡을 배우고 저의 단점을 파악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극작가, 연출가 선생님이 함께하고 있어 연극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창작극연구회는 역사가 오래된 모임으로 이미 두 차례의 침체기를 겪었다. 1995년 창작극 부진에 시달리던 지역 연극계에 대본을 수혈하고 신진 극작가를 발굴한다는 목표와 함께 동래구 연당소극장에서 첫 출범 했지만 1999년 극장이 사라지면서 흐지부지됐다.

2004년에는 기성·예비 극작가, 연출가, 평론가 등이 모여 희곡을 비평·수정한 뒤 무대에 올리는 커리큘럼으로 다시 시작해 ‘목련꽃 그늘 아래’ ‘또 다른 시작은 없다’ 등을 공연하고 희곡집도 발간했다. 그러나 기성 작가는 거의 작품을 내지 않고 예비 작가는 토론에 부담감을 느껴 참석을 기피하면서 활동이 시들해져, 2015년 결국 두 번째로 운영을 멈추게 됐다.

24년 전 첫 출범해 두 번의 침체기를 극복하고 올해 세 번째 활동을 재개한 창작극연구회는 운영 방식을 약간 수정했다. 기성 작가는 제외하고 신진·예비 작가들로만 꾸려 희곡 읽기와 쓰기에 주안점을 뒀다. 참가자는 비평을 받는 것은 물론 희곡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됐다. 자문단 수도 줄여 공개적 비평을 받는 데 대한 부담도 줄였다. 대신 쓰는 희곡의 양을 늘리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 같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문홍 협회장은 “좋은 희곡을 쓰려면 많이 읽고 쓰는 방법밖에 없다”며 “부산에는 이미 20명이 넘는 극작가가 있다. 이제는 집중적인 투자로 질적 성장을 꾀할 시기인데 창작극연구회가 그 임무를 맡아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성규 연출가는 “수준 높은 연극의 기본은 희곡”이라며 “창작극연구회가 배출한 극작가들이 침체에 빠진 부산 연극의 부활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