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5> 축제의 그늘

부산무용제 전성기 누린 이들, 빛의 화려함만 좇지 말아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0 18:54:57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8년 부산 무용계의 단면 반영
- 전국무용제 출전 발판용 치부돼
- 작품성보다 물량공세에 고득점
- 대학 교수팀·동문단체 경연장은
- 출신 다른 춤꾼 설 자리 잃게 해

부산무용제가 올해로 28회를 맞았다. 부산무용제는 1992년 문화관광부가 지역 무용인 창작 의욕 고취와 지역 무용의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전국무용제를 개최함에 따라 이에 참가할 대표를 뽑는 경연 형식으로 같은 해 시작됐다. 예술을 ‘발전’ 개념으로 보고 그 방법으로 경쟁을 선택한 것까지 다분히 관료적 인식이 반영된 행사가 부산의 대표적 무용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제28회 부산무용제 대상을 받은 한국춤모임 짓의 ‘푸른 점, 취한 꽃’(안무 배정현·왼쪽)과 우수상을 받은 댄스시어터 경희의 ‘인어공주를 위하여-편견’(안무 박재현). 부산무용협회·사진가 박병민 제공
부산무용제의 연혁은 1990년 이후 부산 무용계 역사의 단면이다. 제1회(1992년)부터 17회(2008년)까지 대상작은 대부분 대학교수 작품이나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동문 단체가 받았다. 대학 무용 전성기를 1990년대까지로 보지만 2000년대 초에도 영향은 여전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2000년대 초까지 부산무용제는 각 대학교수와 동문 단체의 경연장이었다.

당시 중·대극장 규모의 작품 제작은 충분한 인원과 연습공간을 가진 대학에서만 가능했기에 이런 현상은 당연했다. 2008년 강미리 할 무용단의 대상을 기점으로 교수 작품과 동문 단체의 작품이 부산무용제에서 서서히 사라진다. 손영일 박성호 허경미 박재현 신승민 이용진 김수현 등 교수나 동문 단체와 관계가 느슨한 안무가 중심의 단체가 부산무용제를 채웠고, 이들이 대상을 거머쥔다. 이들은 출신 학교와 상관없이 예술적 공감과 인간적 연대로 작품을 만들었다.

부산무용제 28년 동안 경연에 참여한 팀이 가장 많았던 것이 9개 팀(제3회, 제7회)이었다. 12회(2003년) 이후 매년 4, 5개 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에 참가 팀이 3개 팀으로 떨어졌을 때 부산의 춤 창작환경이 바닥까지 온 것이라 생각했다. 무용제 참가 작품은 10여 명의 전문 춤꾼과 상당한 경비가 필요한데, 이 조건을 갖추기 힘들어진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무용제에는 대상을 두 번씩 받은 안무가(박재현, 손영일)의 두 팀이 다시 참가했다. 이들 두 안무가가 세 번째 같은 무용제에 참가한 것은 규모가 큰 작품을 창작해서 올릴 무대가 필요해서다. 부산에서 중견 안무가가 예술적 역량을 펼 무대를 무용제 말고는 찾을 수 없다. 이왕 경연에 참여했으니 대상을 받고 싶겠지만, 이들의 반복 참가 이유가 수상 욕심만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올해 부산무용제 기간(지난 15~17일)에 이틀 동안 공연을 보면서 누가 대상을 탈 것인지 관심이 없었다. 부산무용제가 전국무용제 출전을 전제하기에 작품의 예술성보다 이른바 물량 공세라고 하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효과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심사에 가타부타할 자격은 없다 해도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고 무대효과는 상금(지원금)으로 보강하게 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본다. 작품의 가능성은 평가 절하되고 시각효과가 강한 경연용 맞춤작품만을 고른다면 부산무용제가 부산의 무용 생태계에 어떤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부산무용제가 열리기 하루 전날 경성대 무용학과 재학생의 마지막 발표회가 있었고, 무용과가 통폐합된 모 대학 한 학년 전체가 자퇴해서 한 개 학번 자체가 없어질 지경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그즈음이다. 부산무용제와 국제무용제 그리고 국제 즉흥 춤 축제 등 큰 축제가 10년을 넘어서는 동안 대학 무용학과는 줄줄이 사라졌고, 젊은 춤꾼들은 주저앉거나 원망을 남기고 떠났다. 인정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능성이 무시당하고 기회마저 빼앗겼을 때, 그들은 다시는 춤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대학 무용과 무용 축제가 젊은 춤꾼들을 희생 삼아 그만큼 전성기를 누렸으면 그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 빛의 화려함만 좇지 말고 당신들 축제의 그늘을 보라. 그 그늘에서 누가, 왜, 어떤 환경에서 춤추는지, 앞으로 누가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를.

춤 비평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BTS 부산공연 이틀간 5만여 명 열광, ‘입장 거부·성희롱 피해’ 항의 소동도
  2. 2헝가리 오케스트라, 부산서 ‘다뉴브강 참사’ 추모곡 울린다
  3. 3올스타 선발 가능성 높은 류현진, 다저스 감독 등판일정 조정 고민
  4. 4이강인, 메시 이후 14년 만에 ‘18세 골든볼’
  5. 5영화에 음식을 더하다…‘부산푸드필름페스타’ 20일 개막
  6. 6같은 학교 추정 학생들이 석달째 집단 스토킹
  7. 7유조선 피격 유가 상승 부채질…중동발 악재에 정유업계 울상
  8. 8‘어린이집 종일반 의무운영’ 약속해 놓고…말바꾼 부산시
  9. 9[국제칼럼] 또 다른 한류 ‘임을 위한 행진곡’ /정순백
  10. 10[부동산 깊게보기]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 부산 집값 상승 발목 잡을 수도
  1. 1 U20 월드컵-대한민국 우크라이나, 文대통령 “멋지게 놀고 나온 선수들 자랑스럽다”
  2. 2오신환 "국회정상화 협상 사실상 결렬…중재역할도 끝"
  3. 3文대통령, 북유럽 3국 순방 마치고 귀국…故이희호 여사 유족 위로
  4. 4여야3당 원내대표 담판 무산…한국당 제외 6월국회 소집 추진
  5. 5문 대통령 “나라의 큰 어른 잃었다”…고 이희호 여사 유족 위로
  6. 6홍문종 한국당 탈당선언…친박 ‘신공화당’ 추진
  7. 7김세연 “장수는 나를 따르라 할 때 리더십 생겨”
  8. 8‘데드라인’ 넘긴 국회 정상화…목소리 커지는 단독 소집
  9. 9평화 띄워 남북·북미 대화 재개 ‘예열’…김정은에 공 넘겨
  10. 10김정은이 보내온 조화 반영구 상태로 보존할 듯
  1. 1유조선 피격 유가 상승 부채질…중동발 악재에 정유업계 울상
  2. 2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 부산 집값 상승 발목 잡을 수도
  3. 3‘부산저축은행 6000억 회수’ 캄보디아 재판 2주 미뤄져
  4. 4이제는 원전해체산업이다 <1> 왜 원전해체산업인가
  5. 5작년 1순위 청약자, 비조정대상지역 몰렸다
  6. 6‘공동시공 아파트’ 소비자는 품질·안정성 신뢰, 사업자는 위험 분산
  7. 7대선 더 내린 16.7도…2차 저도주 전쟁
  8. 8벡스코 ‘자회사 설립 갈등’ 장기화 부작용
  9. 9원전 40년·탈원전 2년…이제는 해체산업이다
  10. 10일하고픈 노인층…65세 이상 경제활동 역대 최고
  1. 1“고유정 집안이 재력가라…” 유족·현 남편, 고유정 관련 잇단 우려
  2. 2신라대 무용학과 탈의실 침입 대학생 체포…경찰 “여죄 수사 중”
  3. 3하나씩 맞춰지는 고유정 범행 동기 미스터리
  4. 4양현석 사퇴 “치욕적인 말 힘들어”… YG 비아이 마약 의혹 이틀만
  5. 5BTS 부산공연 이틀간 5만여 명 열광, ‘입장 거부·성희롱 피해’ 항의 소동도
  6. 6걷고 싶은 부산…도로명에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7. 7 전국 대부분 맑고 미세먼지 ‘좋음∼보통’, 부산 18~23도·서울 17~27도
  8. 8文정부 두번째 검찰총장 누구…최종 후보자 주초 지명할 듯
  9. 9일하고 싶은 노인들…"65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 역대 최고"
  10. 10통영 공설화장장 무기계약직 극단적 선택, 진상규명 청원
  1. 1이강인 선수 아버지는 태권도 관장, 과거 제자가 쓴 글 보니…
  2. 2기록의 사나이 이강인…메시 이후 14년 만에 18세 골든볼
  3. 3김현우에게 주심이 ‘아빠 미소’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4. 4FIFA U-20 대한민국-우크라이나 결승전 1분 쿨링브레이크 진행... 쿨링브레이크란?
  5. 5‘2019 FIFA U-20 남자 월드컵 결승 생방송 - Again 날아라 슛돌이’ 특집 중계방송…‘디지털 라이브’
  6. 6U-20 이강인 골든볼 수상…메시, 포그바 등 역대 수상자는?
  7. 7한국 U-20 아쉬운 역전패, 그래도 준우승 '역사' 썼다
  8. 8U-20 김정민에게 누가 돌을 던지나… 경기력 부진 네티즌 악플에 “최선다한 선수에 박수” 반박
  9. 9 이강인 골인 순간 새벽시간에도 전국 시청률 34.4% 대 기록 세워
  10. 10FIFA U-20 대한민국-우크라이나 전반 종료... 1-1 동점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소프라노 서정아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간 우리말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공공도서관과 협업해 ‘풀뿌리 독서생태계’ 키운다
따끈한 문예지 ‘舊南(구남)’ 나오고, ‘인디무브’ 이사했어요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I Love 부산...마인드C
고진호
새 책 [전체보기]
급식 시간(서형오 지음) 外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칼 융의 분석 심리학 개척 과정
상실감 치유하는 맛있는 소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화기 - 김미희 作
끝없는 힘 Ⅷ - 강민석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세상은 온통 수상한 것 천지야 外
미디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빈집 /이성호
휴전선 바람소리 - DMZ 을지전망대에서 /김덕남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재미·의미 둘 다 잡은 ‘봉테일’…20년 전부터 지겹도록 “컷! 한 번 더”
굿바이 어벤져스…11년 간 사랑받은 그들의 기록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천국과 지옥
1977년과 2018년의 ‘서스페리아’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조선시대 기장 풍경 예찬 ‘차성가’…지역 예술인들 숨결로 되살려
영화 만난 국악 판타지 ‘꼭두’ 부산 온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6월 17일
묘수풀이 - 2019년 6월 14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律曆相治
自業自得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