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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18> 위기는 바다를 모를 때 왔다

강화도조약 후 조선 해안지도 만든 日, 중·러와 맞붙은 전쟁 승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9 19:45:1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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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군사적 점령 시도한 프랑스
- 중·일 중간 기착지 역할 주목해
- 군함 이용 신미양요 일으킨 미국
- 정찰·탐사 통해 군사지도 제작

- 러시아 남진 견제 명목으로
- 1885년 영국 거문도 불법 점령
- 40년 전 계획 수립해 해역 조사

- 육군 참모국·해군 수로국 설치
- 서구 국가가 측량한 지도 바탕
- 빠르게 지도 만들어 나간 일본
- 동북아 바다 오랜 기간 지배

동북아는 제국주의 팽창의 마지막 목적지였다.
   
1900년 10월 일본 해군이 촬영한 부산 전경 사진. 영도와 용미산(현재 롯데백화점 광복점 자리)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사진 앞 지도는 1901년 일본 해군이 조선 남해안을 조사한 후 제작한 항로도. 출처=일본아시아역사자료센터
■마지막 미지의 항로, 조선을 탐하다

19세기 서구 국가들은 군함을 이끌고 새로운 바닷길을 따라 동북아 해역으로 몰려왔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낯선 기운을 조선에서는 이양선이라 불렀다. 1854년 미국의 페리 함대에 의해 일본이 개항하고, 1860년 아편전쟁으로 중국이 서양에 문호를 개방한 뒤부터 이양선은 밀물같이 밀려왔다. 조선은 그 힘을 막고자 했다. 1866년 프랑스 함대와 전쟁을 치렀던 병인양요, 1871년 미국 함대가 함포를 쏘며 침략해 온 신미양요는 그 서막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 해역은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의 군함으로 둘러싸였다.

■프랑스, 중국 넘어 조선 앞바다로

1866년 9월 프랑스 함대가 조선을 침략했다. 조선에 통상을 요구하며 전쟁을 불사한 첫 이양선이었다. 프랑스는 왜 조선에 왔을까? 프랑스는 조선이 천주교인을 박해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인도를 두고 영국과 싸우다 밀려나자 동북아에 관심을 돌린 것이다. 1840년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아편전쟁을 일으켜 승리하고, 1854년 미국이 일본을 개항하면서 주도권을 잡게 되자 프랑스는 조선에 대해 야심을 갖기 시작했다.

1858년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연해주를 할양하면서 조선으로 남하할 것으로 예견되자 조급해진 프랑스는 조선에 대한 군사적 점령을 시도했다. 우리는 이를 병인양요라고 한다. 프랑스 로즈 제독은 전함 3척, 포함 4척, 병사 1000여 명을 이끌고 강화도를 돌고, 한강을 따라 서울 마포까지 들어왔다. 조선을 위협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그동안 프랑스는 조선의 수도인 서울로 들어가는 정확한 군사지도를 완성했다. 월미도를 로즈섬으로 명명한 이 지도는 5년 뒤 1871년 미국 함대가 월미도를 침략한 신미양요 때 로저스 제독이 갖고 있었다. 병인양요가 일어난 지 20여 년이 지난 1886년, 조선과 프랑스는 조불통상조약을 체결했다.

■고래 따라 조선으로 온 미국

프랑스의 침입 직전 1866년 8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도 조선에 등장했다. 평양으로 들어와 무역을 요구하자 평양 사람들이 배를 불태워버렸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무역 안전을 위협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1871년 아시아 함대사령관 로저스를 조선으로 파견했다. 군함 5척, 수·해병 1230명, 함재대포 85문을 적재한 함대는 인천의 작은 섬인 물치도에 정박했다. 조선의 맹공격에 한 달도 되지 않아 퇴각했지만, 이 짧은 기간 미군은 조선에 해안측량 허가를 일방적으로 통고하고, 지세 정찰과 수로 탐사를 통해 지도 3장을 완성했다. 10여 년 뒤 1882년 조선과 미국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었다.

중무장한 미국 함대가 조선에 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과 최초로 접촉한 미국 배는 포경선이었다. 1853년 1월 부산 용당동 앞바다에 1척이 표착한 후, 고래를 따라 미국에서 이동한 포경선들이 피항지를 찾아 조선 연안에 정박했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지역과 활발하게 교역하게 되면서 조선만 교역을 단절한 상태로 둘 수 없었다. 조선에는 교역할 물자가 많지 않았지만, 중국과 일본 간 항로의 중간 기착지로 주목했다.

■동북아 해역 길목, 거문도 점령한 영국

영국도 동북아의 바다에 등장했다. 영국이 최초로 조선과 접촉한 것은 1797년 9월이었다. 영국 제독 브로우튼이 함대를 이끌고 북태평양을 탐험하던 중 동해로 진입한 것이다. 함대는 해도를 제작하고, 원산만을 함장의 이름을 따서 브로우튼만이라 명명했다. 이후에도 조선의 서남해안 일대를 항해하면서 동북아 해도를 완성했다.
영국이 조선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은 1876년 조선과 일본이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직후였다. 영국은 군함을 경상도 연안으로 보내 측량에 착수하고, 일본과 청을 통해 조선과 수교를 시도했다. 조선과 영국은 1883년 조영수호통상조약을 맺었다.

영국은 조약을 체결한 지 2년 만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을 일으켰다. 1885년 4월 15일 거문도를 불법으로 점령했다. 3월 30일 아프가니스탄 한 지역 소유권을 둘러싸고 러시아군과 충돌해 영국군이 전멸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 군사력을 미칠 수 있게 됐고, 이를 우려한 영국은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즉시 거문도에 해군을 파견했다. 점령 계획은 1845년 수립돼 있었다. 영국은 군함 사마랑호를 거문도에 보내 해역을 조사해두었던 것이다.

■일본, 조선 바다서 중·러에 맞서다

일본은 일찍이 군함을 조선 연안에 파견해 불법 해안측량을 시작했다. 서구 국가들이 측량한 조선 지도, 특히 영국에서 제작한 지도를 참고하면서 빠르게 조선 해안지도를 그려나갔다. 일본은 1871년 병무성에 육군부 참모국과 해군부 수로국을 설치하고, 국내외 지도와 해도 제작을 맡게 했다. 일본이 합법적으로 조선 해안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에 해안측량권을 명시한 이후였다. 육지에는 육군을 잠입시켜 조선의 지도를 제작했다.

조선 지도를 어느 정도 완성한 일본은 조선의 바다와 육지에서 1884년 청일전쟁을 일으켰다. 청일전쟁 이후 조선 해안을 더욱 자유롭게 항해한 일본 해군은 1894년 조사보고서인 ‘조선수로지’를 발행하고, 1896년 해도인 ‘조선전안’을 간행했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조선을 두고 러시아와 격전을 벌였다. 일본과 러시아는 조선에 군사력을 증강해 배치하고, 사활을 건 정보수집에 나섰다. 함대 이동에 필요한 석탄 등 연료와 식수 공급기지 건설을 위해 원산, 부산 영도, 마산 등에서는 군용지 매입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1904년 일본 해군은 부산에 정박했던 러시아 함대를 급습해 통신을 마비시킨 뒤, 인천으로 이동해서 러시아 함대를 포격했다. 중국 다롄의 러시아 해군기지를 무력화한 뒤, 거제도와 목포에 군사거점기지를 구축하고 조선의 남동해를 지나는 러시아 함대를 공격했다. 러·일 전쟁은 1905년 일본의 승리로 끝났고, 동북아 해역은 일본의 영향력 아래 오랫동안 놓였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볼 때, 위기는 바다를 알지 못했을 때 혹은 바다를 지키지 못했을 때 왔다. 분단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동해를 따라 북극항로로 향하든, 남해를 지나 태평양으로 나가든 바다의 길을 떠나야 한다. 바다를 통해 세계로 나가려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바다를 마주해야 할까? 바다를 알아간다면 우리는 세계로 통하는 길목에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변방에 서 있을 뿐이다.

김윤미 부경대 HK 연구 교수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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