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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58> 문학평론가 박형준의 평론집 ‘로컬리티라는 환영’

모두가 피하는 지역문학 비평… 누군가는 나서야 할 숙명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5 20:31:4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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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을 못 찾아 방황하던 스무 살
- 고주망태로 밤늦게 귀가해도
- 콩나물국 끓여주며 다독이던
- 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문학

- 마음 가다듬고 문학공부 시작
- 연구모임 가입하고 평론가 활동
- 이주홍문학상 등 잇단 수상

- 평론가가 지역 문학 논하려면
- 철저한 자기성찰이 필요해
- 그래서 평론 작업은 힘든가 보다

“우리가 남이가.”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말이다. 여전히, 가끔 술자리에서 건배할 때 듣는 말이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인가.
   
문학평론가 박형준이 자신의 책 ‘로컬리티라는 환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몇 년 전 한 중소도시에서 일할 때, 합당한 지적과 비판의 말에도 “여기 사람도 아니면서 당신이 뭘 안다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떻게 해도 그 도시에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없겠다는 일종의 좌절을 느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떻게 이루어온 것인데 당신이 뭐 한 일이 있다고?”라는 반응은 은근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정신 차리고 보니 주변이 ‘우리’ 천지다. 따돌려지지 않기 위해 해야 할 말도 못 하고 ‘우리’를 기웃거리며 살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문학평론가 박형준의 ‘로컬리티라는 환영’이라는 책은 제목만으로도 조금은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박형준은 이 책으로 웹진 ‘문화 다’와 문화다북스에서 제정한 ‘문화 다 평론상’ 제1회 수상자가 됐다. 평론상 심사위원들은 “이 평론집은 지역문학과 한국문학의 난감하고도 불편한 의제를 회피하지 않고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문학하기/비평하기의 성찰적 의미를 골똘하게 질문하고 있다”며 “지역 문학의 주체화를 말하면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불편한 난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고 있으며, 문학적 의제에 대한 분석을 단순화하지 않고 맥락화하면서도 스스로의 입장과 해석을 부드럽게 피력한다. 지역에서 비평하기의 문학적·실존적 자의식 역시 유려하게 발성되고 있다”고 평했다.

말하기 불편하고, 드러내 놓으면 시끄러운 난제에 대해 평론가로서 할 말을 했다는 의미이다. 박형준 평론가를 광안리의 복합인문공간 ‘생각하는 바다’에서 만났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문학/비평

   
로컬리티라는 환영- 박형준·2018·두두
박형준은 1977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부산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비평연구모임 ‘해석과 판단’에서 평론을 공부하고, ‘오늘의 문예비평’에 평론을 발표하며 평론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역이라는 아포리아’를 비롯해 공동저서를 여러 권 발표했고, 첫 평론집 ‘로컬리티라는 환영’을 냈다. 제10회 봉생청년문화상, 제38회 이주홍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해가 지고 서서히 어두워지는 광안리 바닷가를 걸어 도착한 ‘생각하는 바다’는 철학을 주제로 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 작고 아담한 무대, 널찍하게 자리 잡은 테이블, 그 옆에 책 판매대도 있다. 책을 읽고, 토론도 하고, 차도 마시고, 음악회와 북콘서트도 열리는 복합공간이다. 안쪽에 있는 호밀밭 출판사의 사무실에서 박형준 교수를 만났다.

“어렸을 때 그림그리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관심이 확장되지는 않았죠. 공부가 싫어서(웃음) 전자통신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그 시절 친구들은 현재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친구들이 제 책을 보고 나서 그러더군요. ‘일단, 끝까지 다 읽었다! 책 내느라 수고했다’라고요.”

친구들과 함께 취업할 생각은 없었고, 대학에 입학은 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그야말로 답이 없던 스무 살의 어느 날이었다. 그는 낙동강을 흘려보내고 있는 구포 둑에서 노을과 마주 섰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했다. 공부도 일도 하지 않는 아들이었지만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는 손에 꼭 만 원을 쥐여 주셨고, 밤늦게 고주망태가 되어 귀가해도 아침이면 콩나물국을 끓여’주시던 어머니. 안돈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아들을 나무라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했다. “어머니가 저를 헤아려 주신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우고 싶었어요.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게 참 어렵더군요. 그것이 바로 문학이었습니다. 문학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게 그즈음이었어요.”

■평론가가 감당해야 할 몫

   
박형준 평론가는 이 책의 머리말에 이렇게 쓰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능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부족하지만 지금껏 공부하며 글을 쓰고 살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벗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문학이고, 평론은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걸 늘 생각하는 것이리라.

그는 책에서 ‘문학/비평’이라고 표기한다. 이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문학은 우리 삶의 방향과 가치를 만들고, 비평은 그 방향과 가치가 옳게 쓰였는지 판단하지요. 그래서 문학과 비평은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야 하고, 함께 가야 합니다.” 그 말에서 문학과 비평은 떨어질 수 없는 숙명적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들이 평론을 골치 아프다며 외면한다 해도 평론가는 제 할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

‘로컬리티라는 환영’이라는 책 제목도 많은 화두를 던져준다. “지금 땅을 딛고 서 있는 이곳이 ‘로컬’입니다. ‘지금 이 곳의 장소’에서 한계를 넘어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생각하자는 거죠. ‘환영’은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우리 지역의 모순과 잘못을 은폐합니다. 그 환영을 부수고, 현실을 바로 보고, 지역의 삶을 바로 세우는 것이 평론의 역할입니다. 지역사회에서 평론가가 감당해야 할 몫이지요.”

한 지역의 평론가가 그 지역의 문학을 비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이고, 문학이지만 그 안에도 정치적 갈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 피합니다. 힘드니까요. 자기비평이 가능해져야 지역의 문화와 문학이 살아나고 자유롭게 피어납니다. 중앙이 타락하고 있을 때 비판적 개입을 해야 할 지역이, 정작 자기성찰이 없을 때는 역시 권력의 입장에 서게 됩니다. 이 역시 비평의 대상입니다. 중앙은 비판하고, 지역은 감싸고… 이건 아닙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남들이 피하는 주제를 다루어야 하는 평론가들은 참 힘들겠구나 싶었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그들의 일이다. 책을 읽는 것으로 평론가들을 응원한다. 더 나은 지역의 삶을 위해.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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