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짓말이 두렵다. 사람들은 죄악 중에서도 거짓말에 특히 엄격하다. 속았다는 충격은 오래도록 지속되고, 어떤 갈등보다 깊은 상처를 안긴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말 진실의 전모일까? 관습이나 예의, 의식으로 포장된 일상의 거짓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심지어 인간사를 지배하는 역사의 이면엔 거짓말의 기록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가?

제목만 봐선 언뜻 처세술을 다룬 실용서 같지만 ‘거짓말 읽는 법’은 독일의 독립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베티나 슈탕네트가 ‘거짓말’을 인식론의 관점에서 써내려간 책이다. 그간 거짓말의 실체와 성찰을 다룬 책은 없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2011년,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을 반박하는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에서부터 학문 전통에조차 거짓말이 내재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온 저자가 ‘진리’와 ‘진실’에 대해 집요하고 깊숙하게 파헤친다.

“거짓말이 사실로 존재한다고 인정”(152쪽)하는 것. 저자는 이로부터 거짓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또한 거짓말의 대화에는 거짓말쟁이의 단순한 언어가 아닌, 상대방의 이해관계를 자극하며 자발적 동의를 얻어내는 권력이 깔려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거짓말이 비윤리적이라 나쁘다는 생각은 이분법적 인식에 머물 뿐이다. 거짓말이 무엇인지 알아야 세상에 편재한 거짓말에 속지 않고, 비로소 ‘솔직함’을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다.

‘거짓말 읽는 법’은 거짓말이 나쁜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다만 거짓말이 난무하는 사회는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서로 협력하지 않아 한 사회의 신뢰 시스템을 붕괴시킨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솔직한 지각’이 무엇인지 알아낼 가능성을 제한하며 앎과 판단의 구속이자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결국 거짓말은 인식의 지평 확장을 방해하고, 타인을 끝내 타인으로 남게할 뿐이다.

진실을 가려내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결론은 역시 제3의 입장에서 살필 수 있는 대화이다. 실패할 모험일지언정 내가 솔직해야 남의 솔직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수평적 소통이 가능해질 때 거짓말의 권력관계는 해소된다. 거짓말이라는 심연을 알고서도 깊이를 재어보려는 대화를 나누기로 결심한 순간, 솔직함이 만들어낼 현실은 거짓말로 구성된 현실이 결코 보여주지 못하는 세계를 열어 젖힐 것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