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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5년, 유족들이 겪은 생생한 증언집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씀/창비/1만60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9-04-18 19:02:4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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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냄새, 머리카락, 에어컨…. 우리가 일상에서 큰 의미 없이 사용하는 평범한 단어들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단어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옆집에서 나는 라면 냄새도 부러웠어요…옆집에서는 음식 냄새, 사람 소리가 새어 나오는데 우리 집은 개미 한 마리 없는 것처럼 썰렁한 것이 너무 슬프고 초라하게 느껴졌어요.”(36쪽·김호연 엄마)

“장롱에서 혁이 후드티를 꺼내 머리카락 여덟 개를 찾았어요. 네 개씩 나누어서 코팅을 했어요…한동안 그 머리카락을 지갑에 넣어 다녔어요. 지금은 장롱에 보관하고 있어요.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요.”(41쪽·강혁 엄마)

“에어컨을 설치하려고 한 날이 참사가 있었던 그 주 토요일이었거든요…결국 6월 즈음에 에어컨을 설치했는데 예진이 생각이 나서 켜지를 못했어요. 예진이는 그렇게 덥게 지내다가 에어컨 한번 쐬어보지도 못하고 갔으니까.”(61쪽·정예진 엄마)

이젠 ‘누군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5주기에 즈음하여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가 나왔다. 그동안 ‘금요일엔 돌아오렴’(2015), ‘다시 봄이 올 거예요’(2016)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 학생의 육성을 기록하고 사회적 기억과 공감을 확산시켜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내놓은 세 번째 책이다.

앞서 예를 든 라면 냄새와 머리카락, 에어컨은 이 책의 1장 ‘고통의 단어 사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1장부터 읽기가 힘겨울 것 같다. 선뜻 책장을 넘길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5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이 ‘1도’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족이 겪은 지난 5년의 경험과 감정을 생생히 기록한 증언집이다. 5명의 기록자가 57명을 인터뷰한 뒤 피해자라는 정형화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가족이라는 동질적인 정체성이 다양화되어 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린다. 5년이 흐르는 동안 유족들은 저마다 달라진 삶의 지형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고통의 시차도 제각각 다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 유족과 생존자 가족이 처한 지형을 섬세하게 식별해 그들의 목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이 책은 전한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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