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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가 태어나는 순간, 그 찬란한 스케치

눈물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50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9-03-28 18:53:1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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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佛 특유의 지적 전통·은유 듬뿍
- 원초적 옛날의 생생한 상상 담아
- ‘842년 2월 14일 금요일 아침’
- 최초의 프랑스어 기록된 때 묘사

“842년 2월 14일 금요일, 아침 끝자락, 추위 속에서 그들의 입술 위로 기이한 안개가 피어오른다. 이 안개를 프랑스어라고 부른다. 니타르는 최초로 프랑스어를 문자로 기록한다.”(140쪽)

841년 풍트누아 전투에서 승리한 분리파의 두 군대는 842년 2월 14일 스트라스부르에서 상호 평화협정과 동맹조약을 체결한다. 스트라스부르 조약은 프랑크 왕국의 분열을 증명하듯 라틴어, 독일어와 더불어 프랑스어로 기록된다. “프랑스어는 갓난애가 어머니의 성기에서 나오듯 라틴어에서 나온다.”(175쪽)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사진)의 신간 ‘눈물들’은 한마디로 ‘프랑스어가 태어나는 순간’의 현장 스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갑자기 웬 프랑스어의 탄생?
질문에 답하려면 저자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하다.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자폐증을 심하게 앓았다. 이후 68혁명의 열기, 구조주의·실존주의 물결 속에서 철학을 공부해 인간과 우주에 대한 통찰,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글쓰기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2002년 공쿠르상을 받아 작가로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그의 작품은 만만치 않다. 프랑스 작가들 특유의 지적 전통을 듬뿍 담은 것도 모자라 독자들이 읽기가 쉽지 않을 글을 쓴다. 이번 소설만 본다면 숲과 바다, 강, 온갖 짐승이 등장하고, 철학 신화 전설 꿈 샤먼이 도처에 가득하다. 짐승이 말을 하고 샤먼 샤르의 나이는 1000살이 넘었으며 숲으로 나무를 하러 간 수도사가 새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는 사이 300년이 흐른다. 방대한 역사적·신화적 인물과 사건 속에서 독자는 저자가 은유하는 엄청난 세계를 상상해야 한다.

이 책은 각 10여 장으로 구성된 10권의 책이라는 특이한 목차를 지닌다. 샤를마뉴의 딸 베르트는 생리키에 수도원 원장이자 해군 제독이며 성인으로 추대받는 앙길베르 백작과 사랑에 빠져 아르트니와 니타르 쌍둥이를 낳는다. 이 중 니타르는 대머리왕 샤를의 사관이 돼 최초의 프랑스어 문서인 스트라스부르 조약을 기록하는 주인공이 된다. 니타르와 쌍둥이 형 아르트니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 소설은 저자가 평생 천착했던 주제인 옛날을 묘사한다. 특히 저자는 단순히 옛날을 기억하는 것과 달린 옛날을 생생하게 그리며 원초적 분출(빅뱅)의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제목인 ‘눈물들’은 ‘만물의 눈물’에서 기인한다.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 1권 426행에 나오는 이 시구에 감동했던 저자는 애초 이 책의 제목을 ‘만물의 눈물’로 정했다 ‘눈물들’로 줄였다. 은유와 상상력, 지적 분위기로 가득한 작품을 찾는다면 이 책이 적당할 듯하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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