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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기다림…현대사회를 보는 예술가의 두 가지 시선

갤러리이배 수영전시관 2인전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3-26 19:03:3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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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식하는자, 기다리는 자’ 주제
- 사진 조각 설치 작품 15점 전시
- 심승욱, 사회 불안한 요소 표현
- 권대훈, 인간의 성찰 과정 그려

“예술가의 행위는 ‘보여주는 것’이다. 무감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여주려 했다.”(심승욱 작가) “작품의 주된 화두는 ‘기다림’과 ‘기억’이다. 인간의 성찰 과정을 기다림의 미학으로 표현했다.”(권대훈 작가)
   
심승욱의 ‘검은 중력’(Black Gravity·왼쪽 사진), 권대훈의 ‘찰나-헤드폰을 쓴 남자’. 갤러리이배 제공
심승욱(47)과 권대훈(47) 작가가 갤러리이배 수영전시관(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 2인전을 펼친다. 전시 제목 ‘인식하는 자, 기다리는 자’는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표현한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이를 개선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작가의 사진, 조각, 설치 작품 등 15점을 선보인다.

2층 전시장은 입구부터 강렬하다. 심 작가의 ‘검은 중력(Black Gravity)’은 검은 샹들리에에 검은색 비닐과 천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작품인데, 종결 지점 없이 세균처럼 증식하는 인간의 욕구를 표현했다.

이어서 끝없이 반복되면서 절대 채워지지 않는 결핍된 욕구를 표현한 ‘오브제-아(Object-A)’, 고착화되고 적응되어버린 안정을 가장한 불안정에 관한 ‘안정화된 불안(Stabilized instability)’ 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안정화된 불안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공간인데 자세히 보면 보통 철조망이 아니라 영어 문장으로 되어 있다. 작가가 후원하는 단체인 ‘굿네이버스’와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수집한 이야기로 빈곤, 전쟁, 환경문제 등과 관련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예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한다. 우리 사회의 불안한 요소들을 보여줌으로써, 자각하고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기다림과 찰나의 미학을 ‘회화적 조각품’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표현했다. 그는 입체적인 ‘공간’을 다루지만 기다림의 ‘시간’에 더욱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인물상을 만든 다음 시간성을 내포한 그림자를 함께 배치한다.
그의 작품 ‘Willowwacks’(무인삼림지대)는 ‘찰나’ 시리즈 작업들 중 사유의 공간을 담으려는 시도들이다. 고독한 자소상에 인간의 심리상황을 빛과 채색으로 밀도 있게 형상화했다. 사람은 없이 나무만 빽빽한 공간이란 뜻의 ‘무인삼림지대’를 사유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로 바꿨다.

권 작가는 “조각상은 현재를 살아가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단순한 입체 조각상이 아닌 기억의 한 장소로 이끄는 이미지의 집합체로 보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두 작가는 사회참여적인 작가의식, 자기성찰적 사유를 작품에 담아내며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심 작가는 2014년 푸르덴셜 아이 어워즈컨템퍼러리 아시안 아트 조각 부문에서 한국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그는 미술작가의 시각에서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실현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권 작가도 2011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왕립미술원의 ‘잭 골드힐 조각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전시는 오는 6월 2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51)756-2111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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