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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과포자(과학 포기자)’들이여, 여기로 오라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 이정모 지음/바틀비/1만50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9-03-21 19:00:0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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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누군가는 오이를 싫어하는지
- 잠을 안 자면 뇌가 어떻게 되는지
- 어렵게만 생각했던 과학의 벽
- 세상살이와 연계해 쉽게 접근
우리나라에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오싫모’라는 약칭으로 통하는 이 모임은 2017년 3월에 생겼는데 팔로워가 11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왜 하필 오이? 오이에는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쓴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다. 보통 사람은 이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7번 염색체에 있는 ‘TAS2R38’ 유전자가 잘 발현되는 사람은 오이에서 쓴맛을 강하게 느낀다. 그런데 ‘오싫모’ 회원을 대상으로 이유를 묻자 쓴맛을 내세운 사람은 18%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냄새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이에 ‘2,6-노다니엔올’이라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에 따라서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90~ 91쪽)
   
세상에 잠을 자지 않는 동물은 없다. 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는 아가미가 없어 잠이 들면 익사하기 때문에 익사를 면하려고 양쪽 뇌가 번갈아 잔다. 하루살이 수컷은 겨우 15시간 정도밖에 못 산다. 짝짓기하기에도 한참 모자란 시간이다. 그래서 먹기를 포기해 입도 없다. 이런 하루살이 수컷도 잠을 잔다. 모든 동물이 잠을 자는 이유는 잠을 자지 못하면 뇌에 노폐물이 쌓여 탈이 나기 때문이다. 잠을 자면서 뇌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잠을 자지 않고 견디면 뇌는 참지 않는다.(110~111쪽)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종류의 슬픈 ‘포자’가 있다. 하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요, 다른 하나는 ‘과포자’(과학 포기자)다. 입시 교육이 만든 어두운 자화상이다. 평생 ‘과포자’로 살던 사람들에게 지난해 이정모(사진) 서울시립과학관장이 쓴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한줄기 서광이었다. ‘어렵다’는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쳤던 과학의 높은 벽을 허물어 ‘과포자’도 과학 서적을 재미있게 읽게 만들었다. 이 관장이 여세를 몰아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를 냈다. 이 책은 1편과 마찬가지로 각종 언론 매체에 쓴 과학 칼럼을 모은 것이다. 하나의 주제에 맞게 일목요연하게 과학 지식을 펼치는 대신 세상의 흐름과 과학을 연계했다. 소수자 이야기를 하려고 앞에서 언급한 ‘오싫모’를 예로 들었으며 졸음운전이 유발한 대형 사고 소식을 듣고 잠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관장은 괴짜다. 자신에 대해 “한때 과학자였지만 지금은 과학 행정가이고 과학 거간꾼이다. 흔히 말하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다”고 소개했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 과학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물론 여기에는 세상을 향한 이 관장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글 솜씨가 영향을 미쳤다.

   
이 관장은 이 책에서 “인간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라면 우리만 잘하면 된다”고 말한다. 실제 인간은 상아로 만든 당구공을 갖기 위해 코끼리를 멸종 직전까지 몰고 갔다가 플라스틱을 개발해 코끼리를 구했다. 이후 플라스틱이 해양 생물을 위협하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은 숱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반성할 줄 아는 ‘심성’과 복원할 줄 아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관장의 생각이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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