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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54>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의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사라지는 배와 목수들…그들의 이야기에서 과거를 기억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03 18:56:1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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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떠났다 돌아온 두 젊은이
- 속초를 드러낼 이야기 고민 끝에
- 배 목수 2명의 목소리·모습 담아

- 나무배 건조과정·기술 소개하며
- 개인의 기록이자 지역 역사 완성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어른들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시작이군” 하면서 귓등으로 듣기 쉽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어느새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 집이 이 동네 살았을 때는’ 하고 말을 꺼내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낯익은 길에서 낡은 골목길을 다시 만나면 반갑고, 새로 들어선 건물을 보면 세월이 흘렀음을 느낀다. 지나간 시간 속에는 사람의 삶뿐 아니라, 한 지역의 역사도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삶을 들어보는 것은 그가 살았던 땅의 삶도 들여다보는 일이다.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라는 책이 그렇다. 평생 나무배를 만들었던 두 목수의 과거와 현재를 사진과 글로 보여준다. 이 책을 기획 진행한 김영건 씨를 강원도 속초에서 만났다.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가 서점 진열대에서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책을 들고 있다.
■배 목수의 삶을 담은 책

김영건 씨는 1987년 속초에서 태어났다. 1956년에 문을 연 동아서점의 3대째 대표이다. 속초시 수복로에 있는 이 서점에는 속초사람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3대째 속초를 지켜온 서점이라는 사실이 많이 알려진 덕분이다.

손님을 응대하는 틈을 타 김영건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는 칠성조선소 최윤성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습니다. 최 대표는 속초고 선배이지만, 저보다 여섯 살 연상이라 학교 다닐 때는 만나지 못했죠.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선박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속초로 다시 돌아와 가업인 칠성조선소를 이어받았죠. 둘 다 대학 진학을 하면서 속초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만났는데 마음이 잘 맞았습니다. 최 대표가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공모사업에 응모해 선정이 됐어요. 지역과 연계된 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저한테 제안을 해왔고, 이 책을 함께 만들게 된 겁니다.”

어떤 이야기로 속초를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뒤따랐다. 그동안 나온 책들도 살펴보았다. 연도별, 수치별 발전상황을 담은 책들은 중요한 사료이지만 속초의 감성을 전해주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속초는 원래 어업이 활성화됐던 지역이다. 명태 철만 되면 먼 지역에서도 명태를 잡으러 올라왔고, 오징어를 말릴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런데 1990년대에 어획량이 줄어들며 어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조선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배 목수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속초의 변화였다. 김영건, 최윤성 두 사람은 배 목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은 ‘서울의 목욕탕’이라는 사진작품집을 낸 박현성 작가가 찍기로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가이다.

■개인의 삶이 지역의 역사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 김영건 최윤성·2018·책읽는수요일
속초에는 배 목수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평생 나무배를 만들어 온 두 목수가 아직 속초에 살고 있다. 양태인, 전용원 두 목수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라는 제목에서 두 목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배 목수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글, 그들의 꾸밈없는 표정과 활기를 잃은 조선소를 찍은 사진. 책은 그렇게 글과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양태인 씨는 1935년생이다. 열세 살에 경남 통영에서 배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해, 1960년대 말부터 속초 칠성조선소에서 일했다. 전용원 씨는 1952년생이다. 북한 흥남조선소에서 일했던 아버지와 함께 피란을 왔다. 다른 실향민들처럼 북에 빨리 올라갈 수 있는 곳인 속초에 머물렀는데,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양태인 목수는 배 목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집 목수하고 배 목수는 달라요. 집 목수는 각을 맞추는 거예요. 집에 쓰는 나무는 바로 서죠. 배 목수는 나무를 틀어지게 해야 해요, 구부러트려야 한다고요. 바른 나무가 없어요. 나무를 구부리는 게, 그게 기술이에요. 그런데 FRP선(플라스틱 배) 나오고 나서는 배 목수 일이 많이 줄었어요. 이젠 배 만들 일이 없어요.”

전용원 목수의 말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배 목수는 절간 지으라면 짓고 한옥 만들라면 한옥도 만드는데, 한옥 목수들은 배 만들라면 못 만들어요. 기술 때문이에요. 물이 안 새게 만드는 그런 기술 말이에요. (중략) 배 사이사이를 망치로 때려서 넓적 못을 박거든요. 망치로 박았던 자리가 서서히 불면서 사이 틈을 막아버려요. 그럼 절대 물이 새지 않아요. 저는 물 들어간 자리에 창호지 같은 걸 넣어서 젖으면 돈을 안 받았어요.”

책은 이 두 목수가 보낸 평생을 나무배, 도구, 가족, 속초, 건강 등 여러 키워드를 가지고 꿰어나간다. 그래서 개인의 역사이자 속초라는 지역의 역사가 함께하는 삶을 볼 수 있다.

요즘은 나무배를 보기 힘들다. 배 목수도 사라져가고 있다. 나무배를 만드는 기술도 잊혀 간다. 속초의 과거이다. 지금의 속초는 관광지로 더 유명하다. 설악산, 동해바다, 영랑호 등 천혜의 자연을 안고 있는 속초를 찾는 사람이 많다. 속초의 현재이다.

   
가업을 이어받아 속초에서 살고 있는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 기획 진행하고, 속초의 바닷가에서 평생을 보낸 두 명의 배 목수가 지나온 삶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책. 짙푸른 동해 바다가 속초를 향해 달려오는 것처럼, 속초가 천천히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책이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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