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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그러나 꼭 가볼 만한 일본 미술관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진용주 지음/단추/2만20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9-02-21 19:01:2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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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간 JR패스 100장·50만㎞’
- 일본 구석구석 헤매며 발견한
- 미술관 23곳 450쪽에 담아
- 작품으로 기억·현실에 맞서는
-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들도 눈길

일단 제목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부제 ‘나의 일본 미술관 기행’을 보는 순간 잠시 망설여진다. 일본이라…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에 전시된 샤갈의 발레 무대그림. 오른쪽이 1막 그림 ‘달밤, 알레코와 잠피라’, 왼쪽이 2막 그림 ‘카니발’. 단추 제공
책을 펼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일본으로 간 이유부터 설명한다. 저자는 기자, 단행본 편집장 등으로 일하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마흔 전후 주춤할 때’ 여행을 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일본의 미술관이다. 10년 동안 JR 패스(정해진 기간 무제한 이용 가능한 승차권)를 100장 넘게 쓰면서 50만㎞를 달려 일본 구석구석을 헤맸다. 그 결과물로 23곳의 미술관을 450쪽의 책에 담았다.

일본은 미술관과 박물관 천국이다. 미국까지 추월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던 버블 시절 세계적인 미술관들을 지었다. 여기에 일본의 큰손들은 부지런히 작품을 모아 미술관에 채워 넣었다. 세계에 세 점밖에 없는 고흐의 ‘해바라기’ 중 하나, 모네의 ‘수련’ 연작 중 하나가 일본에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섬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으로 알려진 나오시마도, 고흐의 ‘해바라기’도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술관을 책에 실었다. 유명한 미술관과 작품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가 소개하는 미술관만 보고도 부러움과 시샘이 동시에 들기 때문이다.
우선 미술관 자체를 작품으로 봐도 될 만큼 대단하다. 대표적인 곳이 이사무 노구치가 설계한 모에레누마 조각 공원이다. 공원 안에 조각 작품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1.89㎢(서울 여의도의 3분의 2)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의 공원 자체를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생각해 만들었다. 그것도 설계자 노구치는 아이디어와 밑그림만 제안한 뒤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이 17년 동안 끈질기게 밀어붙여 완성했다.

소장한 작품도 놀랍다. 2006년 개관한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은 두 달 동안 개관전을 본 관람객이 19만3000여 명에 달했다. 인구 30만 명도 되지 않고 개관 당시 신칸센도 들어오지 않던 도시가 어떻게 20만 명 가까운 관람객을 끌어모았을까. 개관전의 주제는 ‘샤갈: 알레코와 미국 망명 시대’였다. 여기서 ‘알레코’는 그 유명한 샤갈의 발레 무대그림을 말한다. 전체 4장 중 3장이 아오모리 미술관의 ‘알레코 홀’에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세로 9m, 가로 15m의 거대한 ‘알레코’를 전시하기 위해 전시실도 높이 19.5m, 폭 21m로 장대하다.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인종주의와 파시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이시가키 에이타로, 삭막한 홋카이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화가로 활동했던 칸다 닛쇼, 2차대전 후 소련군 포로로 겪었던 참혹한 경험을 평화주의로 전환한 카즈키 야스오 등이 책을 장식한다.

   
저자는 아름다운 미술관과 작품, 작가의 이야기와 사진을 450쪽에 빽빽하게 채워 넣었다. 책을 덮은 뒤 시샘은 사라지고 부러움만 남았다.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미술은 기억하고, 그 기억을 이어지게 하려는 행위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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