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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와는 다른, 처절한 ‘을’들의 알바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박정훈 지음 /빨간 소금 /1만30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9-02-14 18:57:2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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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 배달부였던 저자
- 열악한 알바노동의 세계 전해
- 사회가 규정하는 ‘비정상’ 대신
- 국민이자 인간으로 대우 원해

‘아르바이트’와 ‘알바’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축약어 관계일까. 알바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한 박정훈의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곰곰이 따져보니 ‘아르바이트’는 20세기에 주로 썼던 용어다. 지금처럼 실업(특히 청년 실업)과 노동의 유연화,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기 전 학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공사 현장이나 식당(또는 술집)에서 일하고, 과외를 하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한다’는 표현을 많이 구사했다. 그런데 1997년 IMF 환란을 겪은 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탈락자들. 즉 실업자와 백수 들을 끌어들였다. 그 과정에서 ‘아르바이트’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알바’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아르바이트’란 단어의 바닥에는 낭만이 스며 있었지만 ‘알바’란 단어에는 처절함, ‘을’의 서러움 등이 배어 있다.
맥도날드 라이더로 활동하는 박정훈 씨
저자는 알바 노동을 프랜차이즈 산업 성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본다. 그러면서 알바 노동시장을 제1 노동시장인 정규직, 제2 노동시장인 비정규직과 구분해서 ‘제3 노동시장’이라고 부른다. 이 시장을 차지하는 이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을 돌리는 일꾼, 노동과 취업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취업 준비생, 정리해고자와 퇴직자, 백수 등이다.

알바 노동자를 정의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협소하게 노동법의 전면적 적용을 받지 못하는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로 잡으면 쉽지만 국내 노동시장에는 너무나 많은 형태로 일하는 알바 노동자가 존재한다. 오히려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근로계약서를 구경도 못 한 노동자, 주휴수당·야근수당·휴일수당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꼽는 편이 더 빠를 듯하다. 그만큼 열악하다.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며 2016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 단식 투쟁’과 지난해 여름 ‘폭염수당 100원 주세요’라는 피켓 시위를 벌인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알바 노동의 세계는 생생하지만 한편으로는 처절하다.

예를 들어보자. ‘알바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맥도날드는 최저임금을 지키며 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을 잘 챙겨준다. 더구나 근무시간도 유연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 노동 뒤 30분 휴게 시간도 보장한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고강도 노동과 각종 위험이 도사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알바 노동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편의점의 경우 저자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진열대’라고 표현한다. 근로계약서 위반부터 폭언·폭행까지 다양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성 알바 노동자들이다. 성차별, 성희롱, 진상손님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꽃’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 여성 알바 노동자는 붉은색 립스틱을 바르되, 윤기가 없다면 무색 립글로스를 덧발라야 한다는 ‘용모·복장 기준’이 있을 정도다.

이제 이 책의 제목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를 상기하자. 저자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제안을 한다. ‘알바 노동자=시간당 최저임금’으로 굳어진 공식을 전복하자는 것이다. 흔히 왼쪽 항에 있는 알바 노동자에서 탈출하는 것을 해법으로 생각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1만 원, 기본소득 등으로 ‘알바 노동자=국민이자 인간’이란 공식을 새롭게 정립하자고 주장한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환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세상이다.”(220쪽)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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