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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을 사는 누군가에게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 윤대녕 지음/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9-02-07 18:57:2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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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 정신적 죽음 경험한 윤대녕 작가
- ‘서울-북미 간’ 등 단편 8편에
- 3년 간 아픔 극복·치유법 녹여

아마도 2014년 4월 16일은 한국 현대사에서 결코 잊히지 않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세월호가 아이들과 함께 수면 아래로 사라졌을 때 많은 이들이 정신적인 죽음을 경험했다. 육체만 살아 호흡할 뿐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런 삶을 억지로 이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 소설가 윤대녕이었다. 그는 2015년 1월 뿌리치듯 한국을 떠나 북미로 갔다.
사진 백다흠·문학과지성사 제공
“2014년 4월 16일 이후 나는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했고,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깊이 사로잡혀 있었다. 망명지인 북미에서 그러나 나는 더욱 사나운 꿈에 쫓겨 다녔다. 한국에서의 기억들이 매 순간 나를 압박하며 괴롭혀댔다. 낯선 도시의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나는 우선 단 한편의 소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280~281쪽·‘작가의 말’ 중)

실제 작가는 2013년 ‘도자기 박물관’ 이후 대략 5년여 만에 여덟 번째 소설집을 냈다. 그동안 얼마나 힘겨운 시간의 터널을 지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Out of Korea!’를 외치며 뿌리치듯 한국을 떠난 작가는 ‘밤마다 거미줄을 치듯 한 줄 한 줄 글을 씀으로써’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2015년 여름 ‘문학과사회’에 쓴 ‘서울-북미 간’을 시작으로 3년여 동안 여덟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여덟 편의 작품 중 이 책에 가장 먼저 실린 ‘서울-북미 간’은 “4월이 되기 전에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K는 줄곧 생각했다”로 시작한다. 통상 단편소설은 첫 문장에서 작품이 드러난다. 이 문장은 ‘서울-북미 간’을 넘어 이번 소설집 전체의 분위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대학생 외동딸을 래프팅 사고로 잃은 신경정신과 의사 K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남편을 잃고 외동딸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 간 H의 이야기가 기둥이다. K는 세월호 사고를 겪은 뒤 죽은 딸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다 아내와 이혼하고 페이스북으로 사귄 H를 찾아 밴쿠버로 향한다. 하지만 밴쿠버는 도피처가 아니었다. K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과 마주한다. 이혼 후 요리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간 K의 아내와 밴쿠버에 남은 H 등 두 명은 한국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한다. 여덟 편의 작품을 보면 일관된 흐름이 있다. 작품마다 죽음이 주요 사건이 되고 등장인물은 가족 또는 사회적 관계가 해체된 채 살아간다.

“동해로 운전해 가는 동안 장호는 오랫동안 자신이 누구와도 관계 맺지 않고 고립된 채로 살아왔음을 새삼 깨달았다”(180쪽, ‘밤의 흔적’ 중)

작가는 죽음 같은 괴로움을 견디고, 마주 보고, 변하기 위해 작품 속에 아픔을 녹여냈다. 그렇다고 작품 전체가 어둡고 음울한 것은 아니다. 윤대녕이란 이름이 주는 섬세한 문체의 힘과 내면을 파고드는 예리한 문장은 살아 있다.
사람마다 아픔을 극복하거나 회복하거나 치유하거나 견디는 방법은 다르다. 이 책은 윤대녕만의 방식을 보여준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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