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과 닮은 도시 니스서 활동
- 아르망 등 신사실주의 작가
- 10명 작품 100여 점 선보여
- 이수정 관장 30년 수집 작품

“우리 미술관은 그림만 거는 공간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교육 기관이자 가족과 관광객들이 찾는 예술마당입니다.”

	‘신사실주의 경향의 니스파 1960년’전이 열리는 레디움아트센터. 레디움아트센터 제공

레디움아트센터는 묘한 공간이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팔레드시즈 2층 330㎡(약 100평) 규모의 공간에 전시실과 아트숍 등을 갖췄다. 미술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곳은 과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서 동백아트센터를 운영하던 이수정 관장이 지난해 11월 설립한 사설 미술관이다. 이 관장은 지난 30년간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이 된 프랑스 남부 니스파(Ecole de Nice)의 작품을 중심으로 만만찮은 컬렉션을 구축해 이를 위한 전시 공간을 열었다.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특성상 주말마다 가족 단위 나들이 인파와 외국인 관광객이 복작인다. 호기심에 방문했다가 “이런 훌륭한 작품이 부산에 있는지 몰랐다”며 감탄하는 외국인도 많단다.

	아르망의 ‘For my pretty’.

개관 기념전으로 세자르, 아르망, 소스노, 벤 보치에, 레이스, 모야 등 니스파 대표 작가 10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프랑스 현대미술; 신사실주의 경향의 니스파 1960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관장이 지난 30여 년간 모은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같은 건물 4층 수장고에 보관된 그의 소장품 중 30% 정도에 불과하다. ‘에꼴 드 니스’는 니스를 기반으로 전후 세대 미술가들이 추구한 새로운 미술 형식으로 당시 추상적인 회화의 서정주의에 반대하는 신사실주의(누보 레알리즘) 경향을 추구한다. 그런데 왜 하필 니스파일까. “남프랑스 휴양지이자 자유의 도시 니스를 근거지로 활동한 니스파 작가들과 부산 작가들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지중해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아 수도 파리와는 다른 신선한 사조를 보여준 당시 젊은 예술가들의 정신을 지금의 청년들이 보고 배우길 바랍니다.”

이 그룹의 1세대인 아르망과 세자르는 신사실주의에 충실한 작가들이다. 아르망은 사물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기법’과 물건들을 연속적으로 쌓아 올리는 ‘집적(accumulation) 기법’으로 현대의 물질 소비문명을 비판한 프랑스 조각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용품이나 폐품을 유리상자에 넣어 만든 ‘소포’ 시리즈, 바이올린, 커피포트 등을 해체한 뒤 재조합한 ‘분노’ 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서울 올림픽공원의 조각 ‘엄지손가락’으로 유명한 세자르는 대량생산된 폐기물 등으로 산업사회의 일회성을 풍자한다. 수많은 깡통과 주전자를 압축하고, 자동차를 찌그러트린 작품들을 통해 산업도시의 즉물성을 표현하고자 한 신사실주의 면모를 실감할 수 있다. 이 밖에 피노키오를 아바타 삼아 자신이 직접 작품으로 들어가 대상이 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모야, 음악 행위와 언어표현까지도 미술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벤 보치에, ‘더 잘 보기 위해서 숨기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조각 작업으로 유명한 소스노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레디움아트센터는 이 관장의 30여 년 꿈이 만들었다. “문턱 없는 예술마당을 세우겠다”는 꿈을 갖게 된 이 관장은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모으고 작가들과 교류하며 미술관의 뼈대를 세웠다. 캐나다에서 8년간 전시기획을 공부하기도 했다. “시립 미술관을 보완할 사설 미술관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한편 미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자 합니다. 관람객들이 자유분방한 현대미술 작품을 보면서 해방감을 느끼고 잊고 살던 소중함을 찾기 바랍니다.” 전시는 오는 3월 31일까지. 일반 1만2000원, 초중고생 8000원. 일·월요일 휴관 (051)744-1160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