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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가 암흑기? 양적·질적 혁신 이룬 시대

낯선 중세 - 유희수 지음/문학과지성사/2만3000원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9-01-24 18:49:5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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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중세사 연구 권위자인 저자
- 인구 증가·도시 발전 등 이루고
- 합리적 사고로 사고영역 확장한
- 다채로운 매력의 당시 시대 소개

서양의 중세를 흔히 ‘암흑시대’로 표현한다. 십자군, 페스트, 봉건제도, 기독교로 대변되는 중세는 찬란한 ‘고대’와 진보의 ‘근대’ 사이에 끼인 어두운 시대 정도로만 알려졌다.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중세를 이성으로 타파해야 할 무지·야만·몽매·폭력의 시대로 규정 짓기도 했다.
중세 시대 십자군 원정을 떠나는 리처드 사자왕과 그의 신료들을 그린 그림. 문학과지성사 제공
중세가 정말 암흑시대였을까. 그렇지 않다. 고려대 유희수 교수가 쓴 ‘낯선 중세’를 보면 새로운 중세를 만날 수 있다. 저자인 유 교수는 그동안 중세사 연구에서 역사학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 학자들의 저서를 국내에 꾸준히 소개했다. 중세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리기 위해 그동안 연구해온 성과를 종합한 것이 ‘낯선 중세’다. 제목에 ‘낯선’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중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서양사의 다른 시대에 비해 역사적 관점과 해석의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한 시대다. 중세를 상징했던 암흑시대는 낭만주의의 등장으로 극복됐고 오히려 ‘밝은 중세’가 역사학계의 새로운 사조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12세기 르네상스’를 발견했다. 인구 증가, 농업 성장, 상업과 도시의 발전, 기독교계 세계의 팽창 등 양적 성장뿐 아니라 합리적·다원적 사고 출현, 노동 개념의 등장 등 질적 혁신을 이룬 시기가 바로 12세기였다.

이어 역사학계에 등장한 조류가 ‘포스트모던적 중세’다. 중세는 포스트모던적 역사 연구의 이상적 실험실로 각광받았고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다름’이었다. 근대성이 ‘동일성’을 기본 규범으로 삼은 데 비해 포스트모던적 중세는 ‘다름’을 공감하고 ‘타자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여성이 전면에 등장하고 금식·폭력·성·죽음 등과 같은 몸의 역사, 기적·경이·마법 등과 같은 상상의 역사가 연구 대상이 된다. 저자가 전체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절반인 2부를 포스트모던적 역사관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낯선’이란 수식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고대를 붕괴시킨 게르만 대이동부터 중세의 쌍두마차였던 왕과 교황, 봉건제 등 중세를 대표하는 사건과 제도를 빠뜨리지 않고 소개한 뒤 본격적인 낯선 중세로 독자를 안내한다. 특히 저자는 중세인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중세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가령 일상적 기아에 시달렸던 중세 초기에는 배가 나오고 뚱뚱한 것이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돼 비만한 왕이 많았다. 또 중세인들은 아랫부분이 치마 모양으로 된 원피스인 로브를 많이 입었는데 중세 말이 되면 투피스가 등장해 ‘야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동성애 등 성 소수자의 삶도 접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전문 역사 서적처럼 느껴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500쪽이 넘는 분량을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하고 서술했다. 서양 중세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관심이 없어도 교양을 갖추고 싶으면 권한다. 일단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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