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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에 몽매했던 일본, 지옥 맛봤다

전쟁국가 일본의 성장과 몰락- 이성주 지음 /생각비행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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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딴지일보 군사분야 논객 이성주
- 국제정치 시리즈 5권 합본호
- 러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 국운 좌우한 국제정치의 중요성
- 일본 사례로 적나라하게 꿰뚫어

‘딴지일보’의 군사 분야 논객이며 역사 칼럼니스트이고 시나리오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이기도 한 이성주 씨가 닭이 공들여 알 놓듯 한 권 씩 차례차례 펴내던 책이 있었으니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시리즈이다.
   
1945년 9월 2일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 중인 미 전함 미주리호 함상에서 맥아더 사령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패망한 일본군의 수뇌부. 국제신문 DB
2016년 4월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로 시작한 이 시리즈는 ‘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2016년 5월), ‘괴물로 변해가는 일본’(2016년 12월), ‘미국 vs 일본 태평양에서 맞붙다’(2017년 7월)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2017년 12월)으로 이어졌다. 이 시리즈의 각 권은 작은 판형에 250쪽 안팎 분량으로, 위압감 없는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내용과 서술 또한 쉽고 간명했다.

이 시리즈는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전쟁국가 일본’의 욕망과 성공, 실패와 패망을 재미있고 간결하게 전해준다. ‘일본’이 궁금한 성인과 청소년 독자의 입문서나 필독서로 삼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반갑게도 ‘합본호’가 나왔다. ‘전쟁국가 일본의 성장과 몰락’은 지금껏 나온 5권을 한 권으로 엮었다. 편집 과정에서 축약과 정리를 거쳐 640쪽짜리 두툼한 책으로 거듭났는데, 이렇게 해놓고 보니 한 권으로 흐름을 꿸 수 있어 그 장점이 선명하다.

   
‘전쟁국가 일본의 성장과 몰락’을 읽다 보면 알게 되는 선명한 한 가지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전쟁국가 일본에 관해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점! 예컨대 많은 독자가 교과서나 역사교양서에서 러·일전쟁에 관해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203고지 쟁탈 전투를 비롯해 개별 전쟁 행위에 담긴 총체적 의미는 잘 모른다. 그러니 전쟁의 양상 자체를 잘 모르고, 끝내 전쟁의 전모를 잊게 된다.

이 책의 제5장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을 자세히 읽다 보면, 한국인의 피가 끓는다. 국제정치에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고 몽매했던 일본 군부가 2차 세계대전 말기에 찾아온, 그나마 괜찮았던 항복 기회를 모조로 걷어찬다. 그 결과는? 일본 국민들에게는 원폭이라는 지옥이었고 한반도에는 분단이었다. 일본 군부가 조금만 일찍 정신을 차리고 항복에 동의했다면, 한반도는 분단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이 책은 우리가 안다고 여겼지만, 많이 까먹었거나 실제로는 애초 잘 모르고 있었던 내용을 자주 짚는다.
저자 이성주 씨는 군사와 국제정치에 관한 단순한 박학다식을 넘어, 역사 흐름의 맥을 잡아주는 서술로 독자와 소통한다.국제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일관된 태도도 인상 깊다. 한국의 상황이 구한말부터 광복으로 이어진 대혼란의 시기와 별로 다르지 않음에도 국제정치에 많은 국민이 무관심한 상황을 저자는 걱정한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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