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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1> 부산시향 최수열 상임지휘자

도전과 포용 넘나들며 ‘최수열 코드’를 심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06 18:54:4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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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은 7일부터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공연기획자 남영희 씨가 클래식 음악인과 다양한 공연 예술인을 심층 인터뷰한 뒤 그들의 삶과 예술 세계 등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 고교시절 뒤늦게 클래식계 입문
- 서울시향 거쳐 2년 전 부산 정착

- 고전·현대 넘나든 프로그램으로
- 발길 돌렸던 관객 다시 끌어들여

- “만약 지휘자가 되지 않았다면
- 클럽DJ나 응원단장 됐을 것…
- 슈트라우스 교향시 전곡 연주로
- 악단만의 특기 만들어내고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일컬어 ‘마에스트로’라 한다. 어느 드라마에서 탤런트 김명민이 열연한 괴팍한 성질의 강마에 또는 비장한 표정의 카라얀이 떠오른다. 부산에는 이들과는 좀 다른 이미지의 마에스트로가 있다. 2017년부터 부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올해 만 40세의 최수열이다. 공연이 끝나면 언제나 로비로 나와 서글서글한 미소로 관객을 배웅한다. 요즘 부산시향 공연 입장권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는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 최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지휘자 최수열을 만났다.
   
부산시향 최수열 상임지휘자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의 객석에 앉아 있다.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며 그가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슈트라우스·하이든 사랑

고교 시절 우연히 CD에서 흘러나오는 악기 소리에 매료돼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많은 음악가가 조기교육으로 재능을 갈고닦는 것에 비하면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고가 단단해진 무렵,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한 진로였기에 흔들림 없이 정진할 수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금으로 드레스덴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고, 독일 앙상블 모데른 아카데미(IEMA) 지휘자와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거쳤다.

“악기 소리가 좋아서 지휘자가 되었으니 자연히 악기를 다루는 기술이 특별한 작곡가들을 좋아합니다.” 부산시향은 그가 취임한이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전곡 사이클을 하고 있다. 슈트라우스는 모든 악기가 각자 가진 색채를 생생하게 표현해 오케스트레이션의 귀재라 불리는 작곡가다. “10곡 가운데 이제 3곡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당장 뭔가 대단한 성과를 보려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지요. 어떤 악단이든 자신만의 특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산시향만의 특기를 만드는 과정이지요.”

앞서 그는 2017년 서울에서 10회의 하이든 공연을 마쳤다. 하이든은 대표적인 고전시대 작곡가다. ‘젊은’ 지휘자가 현대곡이 아닌 고전시대 작품을 깊이 있게 다룬 시도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모차르트나 슈트라우스가 천재라면 하이든은 노력형입니다. 그의 작품은 치밀하게 계획된 한 편의 시나리오와 같고, 순간순간의 재치를 자연스럽게 배치하면서 번뜩이게 하는 능력은 감탄할 지경입니다.” 하이든에 대한 그의 존경심과 사랑은 슈트라우스에 대한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소위 ‘젊은’ 지휘자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은 사라져버렸다.
내친김에 그에게 괴짜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쿠렌치스는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해석으로 대중의 사랑과 평론계의 지탄을 동시에 받고 있는 우리 시대의 ‘문제적 지휘자’다. “쿠렌치스가 50년 전에 등장했다면 시작과 동시에 매장돼 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높이 평가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지휘자도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최수열은 일찍부터 ‘젊은’ 지휘자로 불려왔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세평은 보수적이며 아카데믹한 편이다. 자신의 해석보다는 작품 자체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자신과 전혀 다른 쿠렌치스의 음악을 한껏 존중하고 인정했다. 그리고 다름과 틀림, 다양성, 시대의 변화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이어갔다. 개성이 강한 음악가들이 모인 오케스트라에서 서로 다른 소리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조화를 빚어내는 그의 손끝은 어쩌면 이런 그의 마음과 연결돼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부산시향에 ‘최수열 코드’를

올해 부산에서 펼쳐 보일 그의 프로그램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다. 최수열은 이를 복장에 비유해 설명했다. “슈트라우스나 라벨의 작품은 마치 화려하게 장식된 옷과 같습니다. 옷 자체가 화려하고 멋있으니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 면이 있지요. 하지만 고전작품은 다릅니다. 세련되지만 단순한 의상이니 깔끔하고 맵시 나게 입기 위해서는 더욱 신경을 쓰게 됩니다.”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세계를 맛볼 수 있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더없는 행운이다. 악단의 입장에서도 좋은 선택이다. “고전음악을 연주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은 연주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까다로운 과정이지만 악단의 기량을 다지는 효과는 확실히 있습니다.”

음악 그 자체의 즐거움 외에도 최수열 특유의 프로그램 구성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가령, 오는 3월에 예정된 ‘클래식한, 봄맞이’ 공연은 봄의 정취를 표현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로 시작하여 프랑스 왈츠로 변주된다. 프랑스 분위기는 모차르트 ‘파리’로 이어져 다시 ‘클래식’하게 돌아온다. ‘다빈치 코드’가 아닌 이른바 ‘최수열 코드’다.

부산시향의 상임지휘자가 되고 곧바로 부산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감탄스럽던 바다의 풍경이 이제는 익숙하게 여겨지니 진정한 부산사람이 된 것 같다고 한다. “부산은 여유롭고 무언가 트여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개방적인 도시여서 놀고, 보고, 먹고, 즐길 거리가 정말 다양하고 풍부합니다. 그러니 굳이 클래식 음악만 좋아해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퍽 재미있는 진단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도시인 만큼 클래식 마니아도 충분히 계신 것 같아요. 요즘 부산시향 객석은 거의 만석입니다. 한때 발길을 돌렸던 많은 분이 다시 돌아오고 계십니다.” 악단과 기획팀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부산시향 공연 입장권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를 이제 슬슬 알 것 같다.

   
쉴 때도 머릿속에 음악과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신작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템플스테이의 ‘쉼’을 꿈꾼다. “만약 지휘자가 되지 않았다면 응원단장이나 클럽 DJ가 되었을 것 같아요. 응원단장은 이미 늦었지만 클럽 DJ는 언젠가…” 따지고 보면 응원단장, 클럽 DJ는 지휘자와 역할이 비슷하다. 어떤 직업이든 그렇지 않으랴.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을 지휘하느라 고단하다. 가끔 인생의 지휘봉을 내려놓고 그가 정성껏 준비한 다양한 음악으로 잠시, 쉬어보면 어떨까.

공연기획자·인제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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