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21> 김해 돼지 뒷고기와 뒷통구이

몰래 빼돌려 먹던 돼지고기… 시중에 없던 부위 그 맛이 기막히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01 18:53:2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도축업자들 정형 뒤 남은 고기
- 식당업주에게 싼 값에 넘겨
- 1980년대부터 뒷고기집 성행

- 볼살·혀살·턱살 등 종류 많지만
- 부위별 수급 그때 그때 달라
- 매일 고기맛 다른 ‘복불복 메뉴’

- 한 점 한 점 식감과 맛 천지차이
- 가격도 저렴해 서민에게 인기
- 지역주민 식문화 큰 영향 끼쳐

한때 김해에서 기자 생활을 몇 년 한 적이 있다. 늘 반복되는 취재 뒤 쫓기듯 원고를 마감하고 나면, 헛헛증이 몰려와 막소주 한 잔에 뭔가를 씹어야 했다. 그때 늘 먹던 단골 술안주가 ‘돼지 뒷고기’였다. 다른 돼지고기 부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도 했거니와 그 맛 또한 좋아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불판 위에서 김해 뒷고기가 지글지글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다. 김치를 곁들여 올리니 더욱 맛깔스럽다.
김해는 안동과 주촌에 도축장이 있어서 소와 돼지의 다양한 부위가 유통된다. 그중 돼지는 도축 양이 많아 부산을 비롯한 인근 도시 지역에 양질의 돼지고기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돼지를 도축할 때는 부위별로 분류하여 정형을 하는데, 한때 정형하고 남는 고기를 도축기술자들이 몰래 빼돌려, 인근 실비식당이나 선술집에서 구워 먹거나 헐값으로 팔았다고 한다. 말인즉슨 ‘뒤로 빼돌려 유통된 돼지고기’라 하여 ‘돼지 뒷고기’라 불리게 된 것이다.

뒷고기는 주로 돼지머리 부위를 중심으로 사용하는데 눈살, 볼살, 혀살, 코살, 턱살, 머릿살, 항정살 등 7가지 정도의 부위로 구성된다. 돼지의 머리 부분을 목덜미살까지 넉넉하게 잘라내 뒷고기용 재료로 유통했다. 예전에는 뱃살과 엉덩잇살을 쓰기도 했다.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모아놓았기에 각각의 식감과 고소함의 차이를 느껴 가며 즐기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삼겹살이나 돼지갈비의 반값 정도로 싼 가격에 먹을 수 있어 금세 김해의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쫀득쫀득 고소한 맛, “무슨 고기요?”

   
돼지 뒷통 한 접시.
한때 김해의 그 신문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신현우 씨와 연락이 되어 내외동의 ‘양가네 뒷고기집’에 앉았다. 이 집 대표인 양현식 씨는 오래도록 뒷고기 전문식당을 운영한 뒷고기 전문가이다. 신 씨의 지인인 양영진 씨 등 중년의 김해 주당들이 모여 오랜만에 뒷고기로 옛날 이야기 꽃을 피운다.

“1980년대 초 전하동, 봉황동 주변으로 노점 같은 대폿집이 많았어요. 한번은 비가 촉촉하게 오는 날 이곳을 지나는데, 고기 굽는 냄새가 너무나 구수하게 나는 거예요. 바로 들어가 시켜서 먹는데, 쫀득쫀득하면서도 고소한 게 맛이 좋아요. 그래서 ‘무슨 고기요?’ 물었더니 ‘도축장에서 뒤로 몰래 빼낸 고기’라는 거예요. 그 뒤부터 단골로 이 고기를 먹으며 ‘뒤로 빼돌린 고기니까 뒷고기라 하면 되겠네’ 하며 불리게 된 이름이 ‘뒷고기’입니다.” 양현식 대표의 말이다.

“원래 김해는 김해평야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 지역이었지요. 이곳에 공단이 들어서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상권이 형성되는데요. 이때 서민을 중심으로 형성된 외식 문화 중 한자리를 차지한 음식이 바로 뒷고기였어요.” 신 씨가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김해는 뒷고기에서 서민들 외식문화가 정착되었다고 봅니다. 당시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는 비싸서 자주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 자리를 대체한 음식이 바로 뒷고기였는데, 당시 한 대접에 2000원 정도 했나? 한 대접이면 지금으로 치자면 한 5인분 정도 될 겁니다.” 양 씨가 이렇게 말을 받는다.

그 때문에 김해의 중년들은 뒷고기로 술을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김해 시내 곳곳에 뒷고기집이 있었고, 사람을 만날 때나 운동, 등산 후에도 꼭 뒷고기로 뒤풀이를 할 정도로 김해 사람들에게는 생활 속 음식이 되었다.
■“뒷고기 한 접시, 됐나?”

   
김해시 내외동의 전문 식당 ‘양가네 뒷고기집’에 모인 50대 친구들이 뒷고기를 맛보며 추억을 이야기하는 모습.
한때 김해 주당들끼리 술 약속은 “뒷고기 한 접시 됐나?”가 통용어였다. ‘술 한잔하자’는 말이나 ‘일간 한번 만나자’는 인사말 또한 “뒷고기 한 접시 하자”로 통했다. 젊은이들은 내기 당구를 치면서 짜장면이 아니라 소주 한 잔에 뒷고기 한 접시를 내기로 걸었고, 배포 없고 얌체 짓을 잘하는 이에게는 ‘뒷고기도 못 살 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처럼 뒷고기는 김해 사람들의 생활문화 속에서도 깊숙이 개입해 있던 식재료였다.

이 뒷고기는 다른 정식 부위와 달리 제대로 정형되어 유통되지 않기에, 가게마다 먹기 좋게 직접 장만해야 했다. 그 때문에 가게 주인장 손길에 따라 뒷고기의 식감이 달라, 같은 부위라도 가게마다 그 맛이 달랐다. 또한 뒷고기 부위의 수급이 매일매일 일정하지 않았기에 같은 가게라도 어제와 오늘 고기 맛이 다른 재미가 있었던 것이 뒷고기였다. 그래서 하루하루 어떤 부위가 올라올지 몰라 ‘복불복 음식’이라고 불릴 정도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골 중에는 유독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콕 찍어서 달라고 하여 즐기는 이도 있었는데, ‘돼지 뒷통구이’가 그렇게 탄생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돼지 뒷통은 돼지고기 목 뒷덜미 항정살 부위를 정형하고 남은 고기를 말하는데, ‘돼지 뒷통수 쪽 부위를 구워 먹는다’ 해서 ‘돼지 뒷통구이’라 한다. 이 또한 뒷고기이지만 뒷통 부위만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따로 구분하여 전문적으로 팔고 있다. 꼬들꼬들하면서 구수한 풍미에, 요 몇 년 사이 전문식당이 부쩍 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부위마다 다채로운 맛의 잔치

소주 한 순배 돌리는 동안 불판에서 다양한 부위의 뒷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뒷고기는 고기가 울퉁불퉁해 자주 뒤집으며 구워야 맛있어요. 바싹 구우면 씹는 맛이 없기 때문에 노르스름할 때 먹어야 제맛이 납니다.” 양 대표의 말이다.

고기 속 기름기가 자글자글 배 나온다. 한 점 맛본다. 어떤 부위는 부드럽고 어떤 부위는 쫄깃하고, 어느 살점은 고소하고 어느 살점은 담백하고, 쫀득쫀득 보들보들 살강살강…. 그 식감조차 씹을 때마다 현란하고 변화무쌍해 흔쾌하기 이를 데 없다.

혀살은 담백하며 타박타박하고, 뒷통(항정살 부위)은 뒷맛이 고소하다. 머릿살은 쫀득하고 볼살은 쫄깃하다. 턱살은 꼬들꼬들하고 코살은 약간 질긴 듯 식감이 탄탄하다. 눈살은 상대적으로 조금 부드러운 맛을 낸다. 고기와 함께 먹는 ‘정구지 김치’도 좋다. 뒷고기는 기름진 부위가 다수 포함되기에 알싸하고 향이 좋은 ‘정구지 김치’와 잘 어우러진다. 상추나 깻잎에 뒷고기와 마늘, 땡초를 얹어 싸 먹어도 꽤 괜찮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가성비 좋고 맛있고 양 많은 음식 뒷고기. 주머니 가벼운 서민의 따뜻한 한 끼 음식으로, 든든한 술안주로, 널리 사랑받는 김해의 소울푸드이다. 지금도 김해의 넉넉한 고기 인심은 남다르다. 그것은 김해의 뒷고기 인심이 김해의 음식 유산 속에서 면면히 흐르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만큼 뒷고기는 김해 사람들의 식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식재료이기도 하겠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사하구 ‘중소기업 지원시책 설명회’ 개최
  2. 2장보는 대통령 내외
  3. 3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2490>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4. 4양산을 출마 굳힌 김두관 “홍준표·김태호, 누구든 나와라”
  5. 5문재인 대통령 ‘국민과 대화’ 2만건 의견에 모두 답변
  6. 6[도청도설] 올림픽 축구 애환
  7. 7제철세라믹, 부산대에 장학금 1억5000만 원
  8. 8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건강검진센터, ‘부산동부좋은이웃 지역아동센터’ 아동 대상 건강검진 실시
  9. 9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10. 10부산과학체험관 신규 전시물 오픈
  1. 1부산 현역 국회의원 불출마 5명 끝
  2. 2청와대, "곽상도 의원 주장은 허위 사실, 정치적 악용 말라"…법적 대응 시사
  3. 3文 대통령, "사법개혁 해달라"는 국민 요청에 대한 답변은?
  4. 4한국당 ‘이미지 전략가’ 허은아 영입…“이미지 개선을 통해 국민이 정치를 멀리하지 않도록 해야”
  5. 5최강욱 "피의자 통보 받은 적 없다"…검찰 "피의자 소환 통보만 3번"
  6. 6김정숙 여사와 함께 설 장보기 나선 文 대통령의 장바구니엔
  7. 7고신대병원, 인공지능 알고리즘 공동개발로 에코델타 의료, 질병 예측모델 구축 시작
  8. 8황교안 '영수회담서 경제·민생 논해야‘…”문재인 정권 경제 정책은 완패“
  9. 9신라대, 설맞아 지역 독거 어르신에게 떡국 전달
  10. 10부산경상대학교, 앱버튼 동계방학 현장실습 프로그램 수료식 가져
  1. 1금융·증시 동향
  2. 2주가지수- 2020년 1월 23일
  3. 3부산 해녀 고령화…10년새 158명 급감
  4. 4황산화·질소산화물 동시 저감 등 ‘해양 신기술’ 11개 인증
  5. 5바다의 모든 것 담은 학술지 나왔다
  6. 6해양교통공단, 설 안전대책본부 운영
  7. 7선원고용센터, 올해도 국적선원 양성 사업
  8. 8
  9. 9
  10. 10
  1. 130대 음주운전자 벤츠 차량 교통신호기 들이받아
  2. 2택시가 길 건너던 70대 보행자 치어
  3. 3설 연휴 앞두고 부산서 차량 9대 빗길 연쇄 추돌
  4. 4성전환 부사관 변희수 하사 "최전방에서 나라 지키고 싶다"
  5. 5중국 '우한 폐렴' 사망자 17명 급증…'마스크 의무 착용' 등 대책 마련
  6. 6고양이가 인덕션 버튼 눌러 또 화재…"간식 먹으려다가 누른 듯"
  7. 7부산 우한 폐렴 능동감시자 3명 ‘1대1 모니터링’
  8. 8'청와대 수사' 차장검사 3명 전원 지청장 발령
  9. 9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폐렴 비상사태 선포’ 여부 23일 결정
  10. 10 우한 폐렴 사망자 17명 우한시 긴급 봉쇄
  1. 1발렌시아, 코파 델 레이 32강 라인업 공개…이강인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2. 2‘김대원·이동경 골’ 대한민국, 9회 연속 올림픽 진출
  3. 3토트넘, 노리치전 선발 라인업 공개…손흥민 선발 출전
  4. 4'델레 알리' 선제골, 토트넘 노리치에 전반 1-0 리드
  5. 5IOC, 중국 우한에서 개최 예정이던 올림픽 복싱 예선 취소
  6. 6머리 쓴 손흥민, 46일 침묵 깨고 새해 첫 득점포
  7. 7MLB닷컴, 탬파베이 주전 1루수에 최지만 전망
  8. 8‘우한 폐렴’ 여파 올림픽 복싱 아시아 지역예선 취소
  9. 9도쿄행 티켓 쥔 김학범호, 사우디 잡고 우승 노린다
  10. 10MLB 스프링캠프·마이너경기 로봇심판 테스트
강춘진의 '사람&세상'
부산 아이파크 조덕제 감독
기혜경의 도시와 미술
시대 품은 기억장치 ‘아카이브’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당신을 찾아서(정호승 지음) 外
혼명에서(백신애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인류 기원부터 철학 탄생까지
상호 이해·공감하는 대화법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새아침 8호’-김옥진 作
‘웃음꽃 피어1’-이순구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굴절 /이승은
연가(戀歌) /박기섭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천문’ 허진호 감독
배우 유재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더빙판 내던진 봉 감독 한마디 “단 하나의 언어, 영화”
‘기생충’ 올 초 시상식 얼마나 휩쓸지에 촉각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장르의 폼을 얻되, 역사 해석의 심도를 잃다
우주 대서사시 종지부에 ‘포스’가 함께하지 못했다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세월 녹아든 글에 ‘나도 써볼까’ 생각드는 책
현장 톡·톡 [전체보기]
고 홍영철 원장 타계 3주년…‘부산영화 100년사’ 재조명 필요
음악으로 하나된 청춘들…젊은 열기 식을 줄 몰랐다
BIFF 리뷰 [전체보기]
폐막작 ‘윤희에게’
‘마르게와 엄마’
BIFF 현장 [전체보기]
위장이혼 하자마자 복권에 당첨된 남자
“장애인 돌봄 활동하며 느낀 점 영화에 담아”
BIFF와 함께하는 사람들 [전체보기]
어주영 씨네핀하우스 대표
서승우 영화의전당 공연팀장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1월 24일
묘수풀이 - 2020년 1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 10월 11일·12일
오늘의 BIFF - 10월 10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爲道者日損
多聞闕疑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 청소년 남극 체험 선발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