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열 작가

- 어린아이 낙서 같지만 서정적

# 박다원 작가

- 선·점·여백으로 생명에너지 표현

# 정명택 작가

- 실용·예술성 아우른 가구 작품

- 내달 31일까지 해운대 갤러리 래

‘미술 한류’를 이끄는 중진 작가 3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 ‘오세열, 박다원, 정명택’전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 래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화단의 원로 오세열(73), 단색화로 주목받는 박다원(61), 가구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정명택(47)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엔 저마다 다른 재료와 물성에 대한 남다른 인식과 미학적 특성을 보여준다.

	오세열 ‘Untitled’

오세열 작가는 어린아이 낙서 같은 ‘동화적 추상’으로 현대미술 중심지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유년 시절의 어렴풋한 기억을 바탕으로 순수했던 동심의 시절로 복귀를 지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의 기호학적 작업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얼굴과 몸, 나열된 숫자, 단추, 꽃, 넥타이 등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하며,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서툴게 배치하는 등 반추상적 화면을 창조한다.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데 서정적이다.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유화물감만을 사용해 무수히 덧칠한 물감의 흔적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박다원 ‘Now here- Becoming’

박다원 작가는 뉴욕과 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동양철학의 근원인 생명 에너지를 화폭에 담는 단색화로 주목받고 있다. 작가는 우주에서 시작돼 우리 곁에서 마음을 위로하는 따뜻한 햇볕, 광활한 하늘과 바다, 무수한 시간과 공간이 겹친 우주 공간 등 생명 에너지를 점, 선, 여백으로 표현한다. 그는 선 하나를 긋기 위해 캔버스 앞에서 무수한 시간을 보낸다.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비우는 수련의 시간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청정한 내면과 맞닿을 때 비로소 붓을 들어 한 호흡에 선을 긋는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일필휘지(一筆揮之)의 거침없는 붓질에서 무한한 변화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시장에서는 박 작가의 최신작 ‘Now here-Becoming’, ‘Now here in Blue’ 연작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정명택 ‘On the Rock16B2’ 갤러리 래 제공

정명택 작가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가구 작품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자연 재료를 있는 그대로 사용한 ‘순수함’, 불필요한 기교적 과시를 배제한 ‘담백함’, 자연과 동화돼 하나를 이루는 ‘조화로움’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대표된다. 작가는 재료의 물성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의 압축된 에너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간결한 형태와 그 형태에 함축되고 절제된 미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온 나무와 돌을 주재료로 한 작품은 고요한 정적과도 같이 공간과 어우러져 호흡하면서 동시에 에너지를 발산한다. 국내외 화단의 주목을 받는 작가 3인의 작품 세계가 만들어내는 특별함의 에너지, 무한한 감각적 경험 등을 느끼게 하는 전시다. 다음 달 31일까지.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