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똘끼 충만한 어쿠스틱 듀오
- 올해 ‘헬로루키’ 최종우승하며
- 자신들의 재능과 존재감 뽐내
- 전업 뮤지션으로 행보도 기대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이하 우싸미)라는 생소한 팀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할 무렵, 사실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아마 2인조 어쿠스틱 듀오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광안리나 해운대를 걷다 보면 몸에 해로울 정도로 달짝지근한 구애의 노래를 연주 중인 2인조 남성 어쿠스틱 듀오를 숱하게 만나게 된다. 어쩌면 그 비슷한 팀 중 하나이지 않을까 쉽게도 생각해버렸던 것 같다. 거의 6분간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체험을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우싸미의 곡 ‘무동력’을 들으며 단단한 선입견이 산산조각 났다. 힙스터를 자처하며 그깟 선입견으로 이런 팀을 외면해 왔다니….

	어쿠스틱 듀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백충원(왼쪽)과 김선훈. 우싸미 제공

2018년은 우싸미에게 특별한 해였다. 2007년 시작해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데이브레이크, 잠비나이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록스타를 배출한 2018 헬로루키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에만 총 698팀이 지원했다.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서 우승자가 나온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수차례의 경연이 펼쳐지는 헬로루키에 사실 다른 지역팀들은 참가 자체가 쉽지 않았다. 식자재를 배송하는 일을 하던 백충원이 무릎부상 때문에 쉬고 있던 와중에 헬로루키 출전을 결심하게 된다. 1등은커녕, 계속 경연에 오를 거라고도 확신하지 못했던 우싸미는 좋은 경험일 거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을 결심했다.

2018년 헬로루키에 출전하며 쏟아졌던 수많은 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평을 묻자, 백충원(보컬·기타)과 김선훈(기타)은 각각 ‘근본 없는 무한한 매력’과 ‘뭐 이런 똘X이들이…’를 꼽았다. ‘백충원X김선훈’으로 활동하다 별 의미 없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우주왕복선 장난감이 떠올라 팀명을 붙인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는 어쿠스틱 듀오로 분류되지만, 그들의 음악은 포크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곡에 따라 밴드 사운드를 구사하기도 한다. 장르를 떠나 일상 속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집중하는 편이라고 한다. 우싸미는 스스로를 본격 감정 소모 송라이터 밴드라고 소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수많은 감정이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쏟아져 내리는 순간 곡을 만드는 편이다. 지난 9일 저녁 경성대 오방가르드에서 있었던 ‘정밀아 부산콘서트’에서 게스트로 나온 우싸미의 라이브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백충원은 노래마다 담긴 사연을 관객들에게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설마는 사람 잡고, 철마는 달리고 싶어. 난 아마 회사에 뼈를 묻지 싶어…’(‘설마는 사람 잡고’ 중). 첫 번째 정규앨범 ‘무동력’(사진)에 담긴 이 노래는 무릎 부상 후, 체질에 맞지 않는 사무직으로 일을 하며 다시는 음악을 못 하지 않을까 하는 막막한 심경을 담았다. 공연 내내 방송국에서 나온 다큐멘터리 팀이 촬영을 했고, 공연을 마치자 다른 공연 일정으로 우싸미는 급히 자리를 떠났다. 오는 29일엔 서울에서 소규모 단독공연이 잡혀 있고, 30일 저녁엔 EBS에서 헬로루키 결선이 방영될 예정이다.(어차피 우승은 우싸미) 다음 달 17일엔 역시 우싸미의 EBS ‘스페이스 공감’ 방송이 방영될 예정이다. 다음 달 23일엔 이미 녹음이 끝난 우싸미의 새로운 EP가 발매된다. 3월 중엔 래퍼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백충원의 정규앨범이 발매된다. 아직 입금되지 않은 우승상금은 당분간 멤버들의 생활비로 요긴하게 쓰일 계획이다.

이제라도 전업 뮤지션의 길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우싸미의 바쁜 행보는 축하할 일이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다. 재능 넘치는 지역 뮤지션들이 누구도 다치지 않고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길은 과연 없는 것일까?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