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인 진주교육대학교 송희복 국어교육과 교수가 윤동주(1917~1945) 시인에게 독자가 더 가까이, 더 새롭게 다가갈 통로를 마련했다. 송 교수가 낸 ‘윤동주를 위한 강의록’(글과마음 펴냄·사진)은 형식 면에서 생동감 넘치고, 내용 면에서 지금까지 덜 알려진 새로운 사항과 정보를 제시해 윤동주 시인을 가까이 끌어당겨 준다.

형식을 보자. 이 책 ‘제1강 프롤로그 : 슬픈 천명, 가슴 시린 생애’의 첫 단원 ‘1. 윤동주에게는 삶 없는 시가 없다’부터 숫제 강의실 현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첫머리를 인용해본다. “…그러면 손들어봐요. 작가가 작품보다 더 중요하다. 아니면, 작품이다. (대부분 학생, 선택한 쪽에 손든다.) 손 안 든 사람은 또 뭔가? (한 학생: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교수와 학생들, 웃음보가 함께 터진다).”(12~15쪽)

송 교수는 윤동주의 여러 측면과 가치에 주목했고 지난 4년 동안 학생들에게 윤동주 시인을 강의했다. 어떻게든 윤동주의 가치를 학생에게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런 생동감 있는 형식을 택하게 됐다.

내용상 새로운 요소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윤동주의 후배인 국어교사 정병욱이 1948년 동생 정덕희에게 최초로 윤동주의 시를 가르치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을 알아내 책에 실었다. 습작기와 성장기 윤동주 모습을 시와 자료로 섬세하게 추론해 복원하며, 윤동주 시인이 살아가면서 관심을 두었던 여성 세 사람도 제시한다. 한국 KBS와 일본 NHK가 함께 제작한 다큐멘터리 ‘윤동주, 일본 통치하의 청춘과 죽음’ 등 시청각 자료도 다채롭게 활용해 문헌의 한계를 극복하려 애썼다.

일본 자료도 반영한다. 기타지마 마리코라는 여성의 회고 대목은 이렇다. “식사가 끝난 후에 누군가가 ‘어이! 히라누마 군(윤동주)! 노래라도 한 자락 해’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그러자 히라누마 씨가 활짝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게 한국말로 된 한국인이 부르는 노래였기에 굉장히 훌륭했어요.…아리랑을 불렀어요.”(223쪽)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