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FBI 요원·행동분석 전문가
- 뒷짐·다리의 방향·손 모양 등
- 의미 없는 듯한 신체 움직임들이
-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해석
- 비언어 소통기술 비즈니스 접목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갑자기 한 사람이 한쪽 발 또는 양쪽 발 모두 상대방이 아닌 다른 방향을 가리키도록 자세를 바꾸었다면 무슨 뜻일까? 지하철 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쩍벌남’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뒷짐’을 지고 있는 사람에게 숨겨진 의도가 있을까?

	언어가 아닌 비언어로 감정과 속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왼쪽처럼 위로 올린 다리가 상대방을 향하면 편안하다는 신호이고 오른쪽 그림처럼 다리를 교차시켜 몸으로 장벽을 만든 경우 부정적인 내용이 논의된 후 주로 나타나는 자세로 볼 수 있다. 부키 제공

전문가가 이런 궁금증에 답을 내놨다. 첫 번째 발의 방향이 바뀐 것은 대화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강력한 신호다. 두 번째 ‘쩍벌남’은 ‘여기는 내 구역이다. 난 무서울 게 없다’는 표시다. 세 번째 ‘뒷짐’은 ‘제왕의 자세’라고 불리는데 ‘가까이 다가오지 마. 날 건드리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가 당신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작부터 엉뚱한 궁금증과 답이 이어져 ‘이게 뭐야?’라고 황당해할 수도 있다. 이런 예를 든 것은 언어가 아닌 비언어가 사람의 감정과 속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드러내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는 전직 FBI(미국 연방수사국) 요원이자 행동 분석 전문가인 조 내버로다. FBI에서 25년 동안 수사관으로 활동한 조 내버로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능력이 탁월해 동료들로부터 ‘인간 거짓말 탐지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는 ‘FBI 행동의 심리학’이란 책을 29개국에서 발간해 행동 분석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그가 새롭게 내놓은 ‘FBI 비즈니스 심리학’은 ‘FBI 행동의 심리학’에서 다뤘던 비언어 소통 기술을 비즈니스 분야로 확장했다.

비언어의 다양한 상황을 더 살펴보자. 당신이 누군가와 함께 앉아 대화하고 있다. 상대방이 다리를 꼬고 있으며 위로 올린 다리가 당신을 향한다면 대화가 원활하게 풀리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넓적다리가 장벽 역할을 하도록 다리 방향을 바꾼다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손 모양은 직접 심리 상태를 드러낸다. 양손을 모아 첨탑 모양을 만든다면 높은 자신감을 상징한다. 반대로 엄지를 다른 손가락 속에 감추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저자가 풍부한 비언어를 소개한 것은 인간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불과하고 실제 중요한 것은 몸짓, 표정, 말투, 자세, 태도 등 비언어이기 때문이다. 비언어에 대한 자신감까지 보여준다.

“비언어적 능력을 습득하면 거리를 걸을 때, 회의할 때, TV로 기자회견이나 토크쇼를 볼 때 새로운 세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외견상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 같은 신체 움직임들이 거침없는 정보의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73쪽)

한편으로 저자는 비언어를 잘못 해석해 저지른 실수도 고백한다. 가령 어떤 여성을 심문할 때 점점 불안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범인임을 확신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성은 주차 위반 딱지를 걱정해 그런 반응을 보였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주장한 내용 중 가장 와닿는 부분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실제 심문할 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자백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상대방의 언어와 비언어 따라 하기가 신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