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48> 김종광 작가의 소설집 ‘놀러 가자고요’

오글오글 사는 재미, 구구절절 문학이 되죠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03 18:48:32
  •  |  본지 19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8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와
- 50명에 달하는 사촌형제
- 고향마을 ‘소식통’ 어머니…
- 소중한 문학자산이자 소설 뿌리

- 농촌마을 어르신들의 삶 이야기
- 그래서 ‘동네 사람’ 모두가 주연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다 알면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좋은 일 궂은 일에 온 동네 사람이 다 나서서 겪어낸 시간이 있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현실적 관계였다. 성격 별난 사람,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사람, 기구한 사연을 품은 사람, 바람 잘 날 없는 집에서 넉넉하고 인심 많은 집까지 모두 어울려 살았다. 함께 기뻐하며 웃고, 흉도 보고, 소문도 나고, 작은 실수에도 동네 창피하다며 스스로를 삼가던 그때 그 시절 ‘우리 동네’가 있었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서호천변 산책로에서 김종광 작가는 “사촌형제만 50여 명”인 고향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는 재미가 오글오글한 사람들 이야기 ‘놀러 가자고요’를 쓴 김종광 소설가를 만났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그는 “부산에서 여기까지 오시다니…”라며 몇 번이나 말했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북수원도서관 앞에서 만난 그는 청년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도서관 앞 건널목을 건너면 그가 사는 아파트가 있다. “북수원도서관은 아들과 자주 들러 책을 빌리는 곳이죠. 대략 계산해보니, 우리 세 식구가 십수 년 동안 북수원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3000권쯤 되더라고요. 2005년부터 수원에 사는 동안 가장 많이 간 곳이에요.”

도서관 옆 동남보건대 운동장은 아들과 야구 하는 곳, 그 옆 서호천은 산책하는 곳이다. 도서관, 운동장 가, 서호천을 김종광과 걸었다.
■ 고향 어머니가 펼친 ‘레이더망’

   
놀러 가자고요- 김종광·2018·작가정신
김종광은 1971년 충남 보령시 청라면에서 태어났다. 초중고를 고향에서 마쳤다. 대천고 다닐 때는 집에서 1시간 버스 통학을 했다. “백일장 같은 것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중2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어요. 고교 때 공부하다 머리 아프면 노트에 소설을 썼어요. 주변 생활 이야기를 쓴 소설이었죠.”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소설 쓰겠다고 고향과 서울을 오가는 동안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아버지 뵙기가 민망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글 쓰는 아들을 응원했다. “아버지께서 글만 쓰라고 보령 시내에 방도 구해주셨지요.”

그는 1998년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했고,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됐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놀러 가자고요’,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 소설 ‘처음 연애’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별의별’ ‘조선통신사’,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등을 발표했다. 김종광 소설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청라’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고향과 고향 사람들, 어머니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에 닿아 있다.

그에게는 사촌 형제만 50여 명이 있다. 아버지가 8남매의 막내인 덕분이다. 사촌 이야기만 써도 소재가 넘쳐나겠다 싶은데, 고향 사람들도 있다. 소설이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할 때, 그들 모두 김종광의 문학적 자산은 아닐까. “어릴 적부터 고향에서 보고 들은 것, 우리 가족 이야기가 작품에 배어 있지요. 요즘은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고향 내려가면 밀린 이야기보따리가 풀리고, 전화를 걸어도 고향 마을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이야기해주셔요. 맞장구치면서 재미있게 듣다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다시 묻고, 그럼 폭포수처럼 이야기가 쏟아져요. 한 문장으로 물어보면 열 문장으로 이야기해주시는 어머니가 저의 문학 가이드입니다.” 소설가 아들을 둔 어머니가 본능적으로 세상을 향해 레이더망을 펼쳐두는 모습이 연상됐다.

■ 청산유수 구구절절 … 모두 주인공

소설집 ‘놀러 가자고요’에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제 소설이 담은 고향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고향 이미지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입니다. 그 무대가 농촌마을인 겁니다.”

표제작 ‘놀러 가자고요’는 동네 사람을 모아 야유회를 떠나기 위해 전화로 동행 여부를 확인하는 이야기다. 갈 수 있다, 갈 수 없다를 알기 위해 통화하는 동네 사람들의 대화는 저마다 한정 없이 길어진다. 놀러 가자는 주장을 읽어보자, “농사철에 일정 잡았다고 걱정하셨는데요. 노인분들이 농사철 아니면 움직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잖아요. 추우면 추워서 안 되고 더우면 더워서 안 되고 먼지 많아도 안 되고 바람 많이 불어도 안 되고 비 맞아도 안 되고 딱 이맘때밖에 없어요. 괜히 옛날부터 사오월에 놀러 가는 게 아니라고요. 석가모니 부처님도 하필이면 사월 초파일에 딱 맞춰 태어나신 것도 다 까닭이 있다고요. 농사철 중에도 논갈이 끝나고 못자리하기 전에 좀 한가하잖아요. 그래서 딱 그대로 정한 거라고요. 그것도 회장님 혼자 정한 게 아니고 회의에서 여러분이 정한 거라고요.”

누가 이렇게 놀러 가자고 유혹해준다면 못 이긴 척 따라나서고 싶다. 놀러 가지 못하는 이유를 대는 게 더 힘들겠다. 그래도 왜 못 가는지 사연도 구구절절, 애초 이 통화를 왜 시작했는지 목적 상실의 대화들에 웃음이 터진다. 그런데 그 대화 속에 사람들이 이 순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가 훤히 드러난다. 어디가 아픈지,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시시콜콜 보인다. 누군가 이야기 들어줄 사람을 기다린 걸까. 덕분에 전화를 걸고 있는 ‘노인회장 마누라’는 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느라 목이 아파올 지경이다.

   
소설집 속 작품들은 동네 사람들이 번갈아 주연과 조연을 맡는다. 누군가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소설에서 슬쩍 등장했던 사람이 다음 소설에서는 당당히 주인공이 돼 자기 이야기를 펼친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온 동네에 골고루 뻗어있는 김종광의 시선이 보인다. 그의 소설 안에서는 모두가 돌아가며 한 번은 주인공이 된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우리가 놀러 온 세상이다.

책 칼럼니스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채무조정 합의…경영 정상화 기대
  2. 2[사설] 부산항운노조 취업비리로 또 대대적 수사 받는다니
  3. 3낙동강하구 방문 부산시의원들 “람사르 습지 등록 필요성 절감”
  4. 4부산 민주당 “내년 총선 과반 얻겠다”
  5. 5여성취업교육장 옆 키스방…“기가 막혀”
  6. 6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53> 이진숙 소설가의 장편소설 ‘700년 전 약속’
  7. 7개방형으로 확 바뀐 부산시의회 의장실
  8. 8영진위, 21일 지원사업 설명회
  9. 9기장 해수담수 전량 공업용수로 공급
  10. 10[부동산 깊게보기] 9억 원 초과 주택 최대 80% 공제
  1. 1"김정은, 25일 베트남 도착…베트남 주석과 회담"
  2. 2문대통령,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기자 문병
  3. 3부산 민주당 “내년 총선 과반(국회의원 18석 중 9석) 얻겠다”
  4. 4개방형으로 확 바뀐 부산시의회 의장실
  5. 5여야, 2월 국회 ‘동상이몽’…정상화 의지 밝혔지만 험로
  6. 6트럼프·김정은, 합의문에 비핵화·종전선언 명기할까
  7. 7김정은 25일 하노이 도착…베트남 주석 만난다
  8. 8황교안 “당내 통합” 오세훈 “중도 확장” 김진태 “선명 우파”
  9. 9김정은 베트남 방문 때 삼성전자 공장 방문하나
  10. 10“https 차단정책 반대”…국민청원 20만 명 넘어
  1. 1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채무조정 합의…경영 정상화 기대
  2. 2 9억 원 초과 주택 최대 80% 공제
  3. 3“아시아 금융허브 평가…오사카는 상승세, 부산은 하락세”
  4. 4“5G 시장 선점” 모바일 올림픽(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열린다
  5. 5 의료관광벨트- 한류·K-뷰티와 시너지
  6. 6민간 창업보육공간 적극 유치…시 ‘창업도시 부산’ 비전 선포
  7. 7온천천이 바로 앞, 금정산도 한눈에…부산 최고 학군까지 품어
  8. 8방사선 부적합 제품들 원안위가 실명 밝힌다
  9. 9부산관광공사, 뉴미디어팀 신설 포함 조직 개편
  10. 10관광전문가·시민, 동남권 관문공항 필요성 논의한다
  1. 1새벽 조업 중 실종됐던 60대 해녀, 4시간 만에 극적 구조
  2. 245억대 재산 상속 다투다 흉기로 친형 살해한 20대 구속
  3. 3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이슈에도 불구하고 신규 수주 선박
  4. 4택시 들이받고 뺑소니 40대 여성 차량에 파지 줍던 70대 여성 받혀 숨져
  5. 5부산서 50대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숨져
  6. 6남구 대연동 12층 건물 화재…150여 명 대피 소동
  7. 7수색선박 사고해역 도착,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작업 시작
  8. 8대법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재정지원 57억 감액은 적법"
  9. 9'손석희 19시간 조사' 경찰 수사속도…"프리랜서 기자 곧 소환"
  10. 10'버닝썬' 이어 강남 클럽 '아레나'에서도 마약 거래,투약
  1. 13R에서 발톱 드러낸 우즈, 첫 4개 홀 버디-이글-버디-버디
  2. 2고진영, LPGA 호주여자오픈 준우승…2타 차로 2연패 좌절
  3. 3부산시민자전거대회 18일부터 참가 접수
  4. 4이상호,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동메달 획득
  5. 5롯데자이언츠 시즌권 판매 시작...주중시즌티켓 첫선
  6. 6'이상호 슬로프'서 월드컵 동메달 이상호 "부담감 떨쳐냈다"
  7. 7부산 시민자전거대회, 18일부터 참가접수
  8. 8랜드리 34점 폭발…kt 4연패 늪 탈출
  9. 9자이언츠 주중 시즌티켓 나와
  10. 10kt 자유투 흔들리니, 6강 안착도 불안하다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이진숙 소설가의 장편소설 ‘700년 전 약속’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개항장의 풍경과 드라마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창문너머 푸른바다 넘실대는 책방…우연처럼 반가워
‘책방 열어볼까’ 하는 이들과 창업정보 공유합니다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웹툰의 시간
아이디어
새 책 [전체보기]
싱글몰트 사나이 1,2(유광수 지음) 外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한·중·일 고대사를 둘러싼 쟁점
조선소 노동자와 가족의 삶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도란도란-허금화 作
North By NorthWest-존 아브람스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친구들과 서로 장점을 찾아줘요 外
매일 만나는 우리 동네 조각상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대보름달 /박권숙
입춘 무렵 /설상수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명절 극장가 사라진 사극…코미디에 이종장르 곁들인 ‘믹싱’이 대세
한국 첫 아카데미 예비 후보 ‘버닝’…상상이 현실 될까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가버나움’ 난민 소년에 대한 연민과 은폐된 유럽의 위선
스필버그의 언덕, 경계선을 넘어 역사를 보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사소한 일상 꿰뚫는 삶의 지혜, ‘밤의 전언’에 시대 통찰 있다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요술손 가졌나…뭐든 척척 초능력 할머니 /안덕자
현장 톡·톡 [전체보기]
“교육기회 빼앗긴 재일동포…우리가 돕겠습니다”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2월 18일
묘수풀이 - 2019년 2월 1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以正治邦
人面獸心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