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8시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르 보야즈 아트홀’은 중년 남성들의 음악 열정으로 뜨거웠다. 오는 26일 오후 7시30분 부산 금정문화회관 소공연장(금정구 구서동)에서 열리는 ‘부산 Bravo 아버지합창단’의 여섯 번째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창단해 40~60대 남성 23명이 활동 중인 아버지합창단은 매주 월요일 퇴근 후 모여 연습을 하고, 연 1회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아마추어지만 어느새 독창회를 열 수준의 실력을 갖춘 단원도 생겼다. 각종 모임과 술자리를 마다하고 이곳을 찾는 단원들은 모두 “성취감과 즐거움이 몹시 크다”고 입을 모았다. 5명의 열혈 테너에게 ‘합창의 즐거움’을 들어 보았다.

성락춘(66) 씨는 “새로 사는 듯한 기분”이라고 운을 뗐다. 음악을 좋아해 음대 진학도 생각했지만, 생업에 종사하느라 거리를 두고 살았다는 그는 “지인의 소개로 입단을 해 설렘과 떨림, 깊은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단장인 이희재(58) 씨는 특히 ‘남성합창단’의 매력을 강조했다. 이 씨는 “남성의 목소리가 모여 하울링 할 때 찌릿하다. 혼성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성당에서 솔리스트 활동만 20년 넘게 했고 독주 무대도 여러 차례 열어온 이 단장은 “앞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부진 각오도 전했다.

가족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음악을 즐기고 무대에 서는 남편·아버지의 모습을 자랑스러워 한다. 배부현(66) 씨는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하던 성격이 밝아지고 있다며 아내가 좋아한다. 공연을 하면 아내도 친구들과 함께 찾아 즐거워한다. 연습 때면 간식을 푸짐하게 싸서 들려 보내며 응원한다”고 웃었다. 신형철(62) 씨 역시 “스트레스 해소가 되니 더 많이 웃게 되고 가족의 화목함으로 이어진다. 노래를 하다 보니 소리도 가다듬어지고 폐활량도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음악으로 얻은 것이 정말 많다”고 거들었다.

즐겁게 노래를 하는 이들이지만, 아마추어라고 어설픈 무대는 만들지 않겠다는 목표다. 실력을 향상하고, 찾는 관객도 만족스러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임한다. 총무를 맡은 강시명(56) 씨는 “실수를 최소화하려 하고,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긴장하며 연습하고 건강관리에도 힘쓴다. 평소에도 다양한 노래를 들으며 무대를 떠올린다. 부르기 어려운 곡도 많은 만큼 열심히 준비해 최선의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바탕 즐거움을 나누던 이들은 홍보도 잊지 않았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편히 와서 합창의 즐거움을 느껴 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악보를 볼 줄 몰라도 된다. 와서 함께 노래를 부르다 보면 정신적, 육체적 건강 향상은 물론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든 신입 단원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제6회 정기연주회는 전석 초대로 진행된다. 공연·입단 문의 010-3172-4477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