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2016년 1월 17일 방송한 경리단길을 재방문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 2TV ‘다큐3일’에서는 경리단길의 위기를 취재했다.

이날 경리단길은 ‘골목길 열풍’의 진앙지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하지만 지금 경리단길 문 앞은 임대문의가 붙고, 평일에는 인적이 드물다. 턱없이 높아진 임대료 탓이다.

	(사진제공=KBS)

경리단길이 고유의 색깔로 사람들에게 유명해지고 상권이 뜨거워지니까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한 가난한 예술가들은 동네를 떠났다. 손님들에게 개성으로 승부하던 가게들도 연이어 문을 닫고 그 자리엔 프랜차이즈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게들이 들어섰다. 경리단길 전체가 고유한 색깔을 잃어버렸고 그 결과 손님들도 경리단길을 찾지 않게 되었다. 그밖에도 녹사평역으로부터 걸어 올라와야 하는 오르막길과 주차 문제 등 잇따른 문제로 경리단길은 신음하고 있다.

방송인 홍석천은 최근 SNS에 경리단길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SNS에 “경리단길에 임대가 붙은 가게들이 많아졌다”며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했던 가게들은 이미 떠나버렸거나 망해버렸거나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버티는 가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고향집 같은 경리단길을 살려보겠다고 가게를 냈다. 죽어가는 상권을 살려낼 수 있으리라 자신하면서. 그러나 그 일은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2년 전, 그 모습 그대로 경리단길을 지키며 사는 사람이 있다. 떡집을 운영하는 권옥남씨는 새벽 일찍 일해 번 돈으로 가족이 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경리단길의 작은 재래시장 내 떡집에서 일궈낸 수확이다.

경리단길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문병호씨 부부는 경리단길에서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골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장사한 부부에게 경리단길은 삶의 자취이자 터전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걸그룹 ‘스텔라’ 출신의 김가영씨는 두 달 전 경리단길 초입에 있는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공방을 운영하는 박정은씨는 사랑하던 반려동물을 추억하기 위해 양모펠트 아티스트가 되었다. 이들은 아직까지 경리단길에 남아있는 정취, 사람 냄새나는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이들이라고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경리단길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그 믿음으로 이 작은 골목길에서 새로운 삶을 그려가고 있다.

건물이 공실로 남아있으면 손해를 보는 건 건물주들이기에, 최근에는 임대료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부 건물주들은 권리금은 물론이고 임대료를 낮추는 데도 적극적이다.

방송에 출연한 이들은 상생이야말로 경리단길이 재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믿고, 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을 밝혔다. 이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