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 사진처럼 그려내는 극사실주의(hyperreallism) 작업으로 주목받는 이광호(51) 작가의 개인전이 조현화랑(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작품전에는 가시덤불과 습지를 소재로 한 신작 2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이광호 작가가 뉴질랜드의 풍경을 그린 ‘Untitled 2374’. 조현화랑 제공

이 작가는 회화적 재현 기법이 보여줄 수 있는 극단까지 밀어붙인 ‘선인장’과 ‘풍경화’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인적 없는 제주도 숲, 뉴질랜드의 초원과 습지를 화폭에 옮겼다. 찔릴 것 같은 메마른 가시들은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한 촉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축축한 습지는 거대한 자연 속 비밀의 화원을 찾은 듯 고요하고 낭만적이기도 하다. 자연을 어루만지는 듯한 감상을 하게 되는 이번 작품들은 관객을 자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작가는 “기존의 작업 방식인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대상 속에 들어가 직접적인 감각인 촉각을 사용했다”고 했다. 실제로 전시된 몇 작품 속에 ‘꿩’이 등장하는데, 풍경을 직접 경험하는 작가 자신을 표현했다. 재현으로서의 회화를 넘어서 작가가 직접 숲으로 들어가 느끼고 만진 감각, 그리고 숲과 습지가 지닌 특별한 빛이 작품으로 승화된다. 헤아릴 수 없이 까마득한 수의 붓 자국에서 작가가 오랜 시간 작품을 하면서 보냈을 시간과 반복적인 행위의 축적이 주는 미적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가시덤불을 소재로 한 ‘Untitled 1100’

다분히 노동적이고 어찌 보면 강박적이기까지 한 사실성을 뛰어넘는 회화적 묘사가 감탄을 자아낸다.

정신영 평론가는 “마치 가상현실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이 벽처럼 납작한 화면 속으로부터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느꼈을 시각과 감수성이 비슷한 투명감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평했다. 숲의 섬세한 가시, 바람이 스치고 간 수풀, 고요한 습지의 호수 등 대상을 충실히 묘사한 작품은 때론 강렬하고 충격적이며, 또 한편으로는 사색적이어서 현대인의 번잡한 마음을 다스려주는 듯하다. 문의(051) 747-8853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