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10월 19일) 저녁 9시 부산대학교 앞 라이브 펍 베이스먼트에서 오랜만에 밴드 지니어스(GENIUS)의 무대가 펼쳐졌다. 올해 4월 초 네이버 온 스테이지에 연주 영상이 공개된 이후로 전혀 활동이 없던 터라 우선 반가웠지만, 지니어스의 베이스를 맡고 있는 멤버이자 부산대 앞을 기반으로 수많은 공연을 기획해왔던 공연기획자 스티브C가 10월 말 한국을 떠나게 되어, 마지막 공연이라는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베이스먼트는 지니어스가 결성되고 첫 무대를 가졌던 곳이다.

지난 19일 부산대 앞 라이브 펍 베이스먼트에서 밴드 지니어스가 ‘마지막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밴드 지니어스는 여러모로 독특한 밴드였다. 대만계 미국인 스티브C(베이스)와 미국인 케이시(드럼), 토종 한국인 김일두(기타·보컬)가 속한 ‘다국적 로큰롤 연맹’으로 구성원부터 범상치 않다. 겸손을 미덕으로 아는 한국에서 그들은 스스로 ‘천재’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무도 부르지 않았지만 각자 직장을 그만두고 사비를 털어 미국 횡단 투어를 떠나며 스스로 록스타가 되었다.

‘노오력’을 미덕으로 아는 이 땅에서 그들은 로큰롤은 연습하지 않는 것이라 주장하며 연습 대신 공연을 이어갔다. 그간 3장의 정규 앨범과 1장의 미니 앨범을 발표했지만, 천재들의 진정한 시너지는 라이브에서 폭발한다. 어쩐지 느슨하고, 때론 필요 이상 취하거나 흥분된 상태로 무대에 오르는 밴드 지니어스는 연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듯, 한 번도 똑같은 연주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

지니어스의 마지막 공연을 위해, 한국을 떠나는 스티브와 작별하기 위해 오랜 동료 밴드인 바비돌스, 하지마마, 사이드카가 무대를 잔뜩 달궈놓은 뒤에야 이미 얼큰하게 취한 지니어스 멤버들이 마지막 무대에 섰다. 2017년 앨범 ‘별바다’에 실린 ‘너나나나’로 첫 곡을 열었다. ‘나에게 너는, 너는 나에게 축복’이라는 짧고 강한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하는 이 노래는 뒷날 통일된 한국의 새로운 애국가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노래다.

역시나 준비 없이 올라간 그들은 여느 때처럼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다음 곡은 무슨 곡으로 할지 회의한다. 매번 순조롭게 회의가 진행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발라드로 한 템포 쉬어가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더 뜨겁게 달리고 싶다. 가끔 티격태격 지들끼리 다투기도 했고, 친구끼리 싸우지 마라고 야단치기도 했다. 결국, 그 상황에서 최선의 곡을 선곡해 연주를 이어간다. 그 또한 결국은 다 그리워질 모습이다. ‘세상 사람들 중 0.1%만이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그 소수의 마음을 깊이 흔들어놓을 음악’ 이란 지니어스에 대한 평이 떠올랐다.

지니어스의 마지막 공연엔 0.1%에 속하는 이들이 가득 모여 서로 몸을 부딪히고 목청껏 악을 쓰며 모든 노래를 끝까지 합창했다. 아마도 그 순간 그들에게 지니어스는 0.1%의 비틀즈였고 방탄소년단이었을 것이다. 사실 도무지 대체 불가하다는 점에서 그런 비유조차 부질없다. 지니어스의 세 천재는 연주하는 내내 서로의 모습을 마음에 담으려는 듯 오래 바라보았다. 몇 번 앵콜 끝에 공연이 끝나자 김일두는 며칠 뒤 먼 곳으로 떠날 스티브를 끌어안으며 “오래 했다, 이제 그만하자”라고 했다. 더 길고 긴 얘기들은 서로 바라보며 연주하는 도중에 이미 충분히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 또한 0.1%의 팬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식상한 표현이지만, 이것이 END가 아닌 AND이길 바란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