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인 출신 1호 북한학 박사
- 탈북 출신 1호 남한 기자가 쓴
- 생생하고 시의적절한 두 권의 책

주성하 기자의 새 책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를 읽어가는 동안 내내 떠나지 않은 느낌은 이 책은 ‘생생하며 빛과 그림자를 모두 아우르려 했다’는 점이다. 저널리스트의 글쓰기란 뜻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현재 평양에 살고 있는 시민이 전한 내용이며, 그들의 감수를 거쳤다. 즉 평양 시민 스스로가 작성한 심층 보고서인 셈이다”라고 썼다. 실제로 책은 저자의 ‘취재’로 가득하다. ‘제1장 반갑습니다, 시장경제! 오시라요, 자본주의!’는 그가 찾아내고 만나고, 이메일과 전화로 취재한 ‘해외로 나온 북한의 상위 0.01%급 부자’(한국의 슈퍼 금수저급이라 할 수 있겠다)의 육성으로 시작한다. 책 곳곳에는 다음과 같이 취재의 흔적이 역력한 표현이 매우 많이 나온다.

평양자연박물관·중앙동물원. 북돋움 제공

‘이것은 최근 있었던 일이다’ ‘이것은 어느 평양 출신 탈북자에게서 최근 직접 들은 내용이다’ ‘나와 친한 동생 중에는 평양에서 좀 놀았다는 ‘놀새’ 출신이 여럿 있다’ ‘평양에서 유명한 사건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지난해 로동신문에서 낯선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2015년 여름, 북한 제2의 도시 함북 청진을 떠나 탈북한 어느 남성은 그곳의 매춘 실태를 이렇게 증언했다’ 등등.

정리하면, 이 책은 북한의 최근 상황을 깊이 전해주는 생생한 취재와 증언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김일성종합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탈북 출신 1호 남한 신문 기자인 북한 전문가 주성하 기자의 자료와 분석과 연구가 가세한다. 독자는 이 현장 보고서에서 북한과 평양의 오늘을 보여주는 생생한 정보를 취할 수 있다. 그 내용은 구체적이고 놀랍다.

새로이 개발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최근 모습.

내용을 간략히 살피면, 다음과 같다. ‘강남 졸부 뺨치는 돈주(장마당에서 돈을 많이 벌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전성시대’ ‘시민경제의 펌프, 장마당’ ‘아파트 재건축 바람과 투기 열풍’ ‘평양의 신도시, 려명거리와 미래과학자거리’ ‘강남 뺨치는 학부모의 치맛바람’ ‘일상을 파고든 매춘과 마약’…. 우리가 대충 짐작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미지는 이 책의 다양한 팩트 앞에서 흔들린다. 저자는 “북한 체제는, 특히 평양 사회는 현재 시장경제로 급격히 진화하는 중이다”라고 진단한다. 북한이 부쩍 가까이 다가온 요즘, ‘지금 평양’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생생히 보여주는 이 책은 곧장 독서 목록에 올려도 좋을 시의성과 정보가 있다.

한편 ‘금융인 출신 1호 북한학 박사’인 김희철 북한연구소 연구위원이 최근 펴낸 ‘남북 경제 금융 상식 용어 해설’도 그 독특함과 시의성으로 눈길을 끌어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교류 확대에 대비해 남북 금융용어를 사전 형식으로 비교하고 설명한다. 앞으로 지금껏 접하지 못한 새로운 내용과 관점의 북한 관련 책이 더 활발하게 나올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