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북부 워싱턴주에 자리한 레이니어산(4,392m)은 캐스케이드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만년설을 덮고 있는 휴화산이다.

(사진=KBS 2TV ‘영상앨범 산’)

은빛 거대한 빙하와 그 속에 들어찬 울창한 삼림, 크고 작은 폭포와 신비로운 빙하 호수, 수많은 야생 동식물까지 다양하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해 1899년 미국의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번 주에는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김중근, 김미경 씨 가족 그리고 김중근 씨와는 고교 동창이자 LA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지 교민 윤성문 씨와 함께 미국 북서부의 명산,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으로 떠난다.

시애틀에서 차로 2시간가량 이동하는 길,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산마루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레이니어산의 매력을 한껏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시애틀을 호위하듯 웅장하게 솟은 레이니어산은 인디언 이름으로 ‘타코마(Tacoma)’. 즉 ‘위대한 산’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인디언 전설에 따르면 잦은 굉음과 함께 재와 용암을 뿜어내는 활발한 화산이었고, 신령스러운 존재로 숭배를 받았다고 한다.

(사진=KBS 2TV ‘영상앨범 산’)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은 광대한 규모만큼이나 총 400km가 넘는 다양한 난이도의 트레일을 품고 있다. 그중 첫날 향한 곳은 가장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인 파라다이스. 잭슨 비지터 센터에서 출발해 나라다 폭포를 지나 스카이라인 트레일을 걸을 예정이다. 울창한 원시림을 만끽하다 보면 만나는 높이 50m의 나라다 폭포는 수량이 풍부해지는 여름철, 아름다운 빛깔의 무지개를 볼 수 있어 파라다이스의 인기 명소로 꼽히는 곳. 레이니어산에 있는 크고 작은 폭포는 모두 빙하가 녹은 물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폭포를 이루고, 강이 되어 태평양으로 흐른다.

스카이라인 트레일은 산 능선 위에 자리한 파노라마 포인트를 거쳐 돌아오는 원점회귀 루트로 여름이면 야생화 천국을 이루고 가을엔 단풍이 장관을 선사해 많은 트레커들이 찾는다. 푸른 초원을 따라 싱그러운 여름을 뽐내던 풍경은 고도를 높일수록 서서히 계절을 넘나드는데, 바윗길 군데군데 녹지 않은 잔설이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이렇게 한여름에도 만년설과 서늘한 빙하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레이니어산의 특별한 매력. 해발 2,200m 조망 포인트에 서면 어깨를 나란히 한 캐스케이드산맥의 봉우리들이 물결치고, 순백의 빙하가 시선을 압도한다.

(사진=KBS 2TV ‘영상앨범 산’)

다음날은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의 북쪽, 선라이즈 지역으로 향한다. 해발 1,950m, 선라이즈 비지터 센터는 국립공원 안에서도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 높은 해발 고도에서 시작되는 트레킹은 선라이즈 트레일의 하이라이트, 프로즌 호수를 향해 나아간다. 빙하가 녹아 흘러 만들어진 프로즌 호수는 영롱하고 신비로운 빛깔을 자아내며 일행의 눈길을 일순 사로잡고, 마멋과 로키산양 같은 야생 동물이 그리고 화려한 야생화가 발길을 인도한다.

거대한 산자락 위로 실낱처럼 놓인 트레일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능선이 가까워오자 점점 더 가팔라지는 너덜지대는 어느덧 일행을 트레일 정상으로 이끈다. 주변은 나무 한 그루 없이 황량하지만, 탁 트인 풍경 속에는 오랜 세월을 머금고 선 에먼스 빙하와 버로스산의 장관이 벅찬 감동이 되어 가슴을 가득 채운다. 대자연의 경이를 실감케 하는 레이니어산 국립공원.

◆ 출연자 : 미국 교민 윤성문 씨, 김중근, 김미경 씨 가족 (장녀 김수지, 차녀 김지나, 막내아들 김서호)

◆ 이동 코스 : <1일차> 레이니어산 국립공원 파라다이스 지역 : 잭슨 비지터 센터 - 나라다 폭포 - 스카이라인 트레일 / 약 10km, 6시간 소요

<2일차> 선라이즈 지역 : 선라이즈 비지터 센터 - 프로즌 호수 - 버로스산 / 약 12km, 6시간 소요

권영미 기자 kym850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