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사랑하는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자꾸 기억을 잃는다면? 주인공 토시의 아빠는 어느 날 사고를 당한다. 사고가 난 뒤 가족의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 아빠는 깊은 잠에 빠진 채 깨어나지 않았다. 엄마는 날마다 아빠가 입원한 병원에 다녀왔다. 여러 날이 흘러 깨어난 아빠는 가족도 알아보고 다시 걸을 수도 있게 됐지만, 예전과 달라졌다. 아빠에게 무슨 일이 또 생긴 걸까?

도깨비 달밤 제공

사고가 나기 전 토시와 아빠는 쉬는 날이면 공원에 갔다. 미끄럼 타고, 그네 타고, 숨바꼭질도 했다. 사고 뒤 다시 찾은 공원에서 아빠와 토시는 예전처럼 재미있게 논다. 예전의 건강한 아빠를 되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아빠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다. 다행히 엄마를 만나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지만, 토시는 아빠가 예전처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며칠 뒤 달걀을 사러 마트에 간 날, 아빠는 다시 길을 헤맨다. 토시는 그런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내가 옆에 있을게요.” 아이가 아픈 아빠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다.

‘덜커덩 덜컹’으로 일본에서 그림책에 주는 권위 있는 상 ‘에혼니폰 상’을 받은 작가 후쿠다 이와오가 사고로 일상에서 큰 변화를 겪어야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주의·수행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고차뇌기능장해’를 겪는 환자를 모델로 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누군가는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사정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책은 그런 가족을 존중하는 배려와 포용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가족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마음마저 따뜻하게 해주는 그림도 눈길을 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